삼성전자 DS부문 노사가 성과급 산정 방식을 두고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26년 4월 23일, 경기 평택캠퍼스 인근 8차선 도로에는 검은 조끼를 입은 3만여 명(경찰 추산, 노조 추산 3만 9000여 명)의 삼성전자 노조원들이 운집해 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성과에 따른 정당한 보상과 성과급 상한제 폐지를 강력히 촉구하며, 사측과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오는 5월 21일부터 18일간의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같은 시각, 결의대회 맞은편에서는 삼성전자 소액주주들이 "배당금은 11조 원 수준인데 성과급으로 40조 원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맞불 집회를 개최해 노사 갈등이 주주 대 노조의 대리전으로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다. SBS 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단순한 임금 인상 요구를 넘어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기업의 이익 분배 구조를 둘러싼 근본적인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삼성 노조 파업 이유는? 성과급 상한 폐지와 40조 원 요구의 전말
이번 갈등의 핵심 트리거는 성과급 산정 기준의 변경과 상한제 폐지 요구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를 필두로 한 과반 노조는 올해 1분기 잠정실적 발표 이후, 반도체 사업의 성과급 재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15%를 명문화할 것을 사측에 요구했다. 업계 분석가들은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연간 영업이익을 약 270조 원에서 300조 원 사이로 추정하고 있다. 노조의 요구대로 15%를 적용할 경우, 성과급 재원은 최소 40조 5000억 원에서 최대 45조 원에 달하게 된다. 이는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임직원에게 지급한 단일 성과급 규모 중 가장 압도적인 수치다.
삼성전자의 기존 성과급 체계는 크게 OPI(초과이익성과급)와 TAI(목표달성장려금)로 나뉜다. 특히 OPI는 경제적 부가가치(EVA)를 기준으로 산정되는데, 노조는 이 EVA 기준이 불투명하며 사측의 자의적 해석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고 비판해왔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에 연동해 성과급을 투명하게 산정하는 방식을 도입한 이후,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실적에 비례하는 직관적인 보상 체계를 마련하라"는 목소리가 비등해졌다. 특히 최근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벌이며 실적 턴어라운드를 이끌어낸 DS부문 엔지니어들을 중심으로 상대적 박탈감이 고조된 것이 이번 대규모 집회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더욱이 노조는 현행 연봉의 50%로 묶여 있는 OPI 상한선의 전면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도래해 천문학적인 이익을 내더라도, 직원 개인이 받을 수 있는 보상에는 한계가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 불만의 핵심이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성과급 상한 폐지 요구는 초기에는 젊은 MZ세대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았던 시니어급 직원들까지 적극적으로 동조하면서 노조의 협상력이 급격히 강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배당 11조 vs 성과급 40조, 소액주주들이 맞불 집회에 나선 까닭은?
노조의 대규모 투쟁 결의대회가 열린 평택캠퍼스 인근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풍경이 연출됐다. 삼성전자 소액주주 권리찾기 운동본부 소속 주주들이 노조 집회 현장 맞은편에 모여 강력한 항의 시위를 벌인 것이다. 주주들의 분노는 노조가 요구하는 '40조 원'이라는 막대한 성과급 규모와 직결되어 있다. 2025년 결산 기준 삼성전자가 주주들에게 지급한 연간 배당금 총액은 약 11조 원 수준이다. 주주 측은 기업의 주인이자 자본을 대는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11조 원에 불과한데, 임직원들이 그 4배에 달하는 40조 원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소액주주 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천문학적인 R&D(연구개발)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중차대한 시기에, 과도한 현금 유출은 기업의 미래 성장 동력을 갉아먹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TSMC와 인텔 등 글로벌 파운드리 및 종합반도체기업(IDM)들은 차세대 미세공정 전환과 TGV(유리 관통 전극) 등 첨단 패키징 기술 확보를 위해 자본 지출(CAPEX)을 극대화하고 있다. 주주들은 삼성전자가 이러한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이익의 상당 부분을 재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주들의 시각은 일반 대중의 여론과도 일정 부분 맞닿아 있다. 문화일보 보도에 인용된 조원씨앤아이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7.3%가 "삼성전자 노조의 영업이익 15% 성과급 요구는 과도하다"고 답했다. 이는 국민주로 불리는 삼성전자의 실적과 주가 향방이 국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에, 노조의 요구를 단순한 노사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적 리스크로 인식하는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