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의 시가총액 비중 상한제(Cap)가 적용된 신규 지수 연계 상품이 상장 직후 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된 패시브 자금이 기계적으로 출회되며 두 기업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 곡선을 그렸다. 펀더멘털의 훼손이 아닌 제도적 수급 변화가 만든 단기적 가격 왜곡이다.
신규 지수 편입 이후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4% 가량 하락한 5,400선대로 마감했다. 미국발 기술주 조정 여파로 나스닥 지수도 약 2% 내외 조정을 보인 데다, 국내 증시를 견인하던 반도체 투톱의 매물 출회가 지수 하방 압력을 키웠다. 하지만 시장 이면의 데이터는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삼전닉스 빼면 코스피 4700? 착시인가 현실인가
현재 코스피 5,400선을 지탱하는 핵심 동력은 단연 메모리 반도체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삼전닉스 빼면 코스피 4,700"이라는 냉소적인 분석마저 나온다. 이는 두 기업이 전체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비대해졌는지를 방증하는 지표다.
지수 산출 기관과 금융당국은 오랜 기간 이 '착시 현상'을 경계해 왔다. 소수 대형주가 지수 전체의 방향성을 과도하게 좌우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 특정 종목의 편입 비중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이 꾸준히 논의됐다. 이번에 상장된 신규 상품들은 이러한 문제의식의 결과물이다. 지수 내 개별 종목의 최대 비중을 15%로 묶어두면서, 기존 시가총액 비율대로라면 30% 이상을 차지해야 할 두 기업의 비중이 강제로 축소됐다.
삼전닉스 ETF, 왜 상장 직후 매도 폭탄을 불렀나?
이른바 '삼전닉스 ETF'라 불리는 신규 펀드들이 시장에 풀리면서 기관 투자자들의 대규모 리밸런싱이 발생했다. 자산운용사들은 새 지수를 추종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상한선을 초과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물량은 기계적으로 매도하고, 남은 자금으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다른 IT·테크 기업과 장비주들을 매수하게 된다.
상당히 이례적인 시도다. ETF(상장지수펀드)의 본질이 시장 전체의 흐름을 추종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인위적인 캡(Cap)을 씌워 자금 흐름의 물꼬를 돌렸기 때문이다. 그 결과 두 기업의 주가는 '뚝' 떨어졌지만, 반대로 자금이 유입된 코스닥 시장은 1,141.51로 0.4% 상승 마감하며 뚜렷한 디커플링 현상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