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데드풀', '스파이더맨' 시리즈 등의 찰진 자막으로 두터운 팬덤을 보유한 황석희 번역가가 돌연 SNS 소통 창구를 닫으며 시선을 집중시켰다. 31일 SBS 보도 등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주요 소셜 미디어 계정을 사실상 폐쇄하고 짧은 입장문만을 남긴 상태다. 영화 개봉 전후로 관객들과 격의 없이 의견을 나누며 '가장 친근한 번역가'로 불리던 그의 갑작스러운 행보에 영화 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남겨진 입장문에는 구체적인 폐쇄 사유 대신 "당분간 본연의 활자 세계에 집중하겠다"는 뉘앙스의 정제된 문장만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재치 있는 입담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몰고 다녔던 만큼, 이번 결정은 단순한 심경 변화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소통왕 황석희 번역가 블로그·SNS, 왜 멈췄나?
대중문화계에서 황석희라는 이름은 단순한 스태프 이상이다. 과거 영화 번역가들이 스크린 뒤에 숨어 있던 것과 달리, 그는 전면에 나서 관객과 직접 호흡했다. 오역 논란이 일면 피하기보다 직접 등판해 번역의 의도를 설명했고, 위키백과에 기록된 데드풀과 같은 B급 코미디 영화부터 무거운 예술 영화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작업기를 공유하며 팬덤을 구축했다.
통상적으로 이처럼 활발한 소통은 창작자와 팬 사이의 유대감을 끈끈하게 만든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상황이 미묘하게 변했다. 영화 자막뿐만 아니라 화제가 된 '황석희 번역가 노래 가사 번역 내용' 하나하나가 실시간 도마 위에 오르며 불필요한 소모전이 잦아졌다. 단어 하나의 선택을 두고 벌어지는 네티즌들의 날 선 검열과 즉각적인 피드백 요구가 임계점을 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대중과의 직접 소통은 양날의 검이다. 작품에 대한 애정 어린 비판도 있지만, 맥락을 거세한 맹목적인 비난이나 사적인 영역까지 침범하는 피로감이 누적됐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24시간 연결된 온라인 세계가 오히려 창작자의 숨통을 조이는 족쇄로 작용한 셈이다.
영화 자막 넘어 '황석희 번역가 책'으로 방향 트나?
업계에서는 이번 SNS 폐쇄가 감정적인 도피가 아니라, 창작자로서 무게 중심을 이동하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본다. 휘발성이 강한 단문 위주의 SNS 소통을 접고, 호흡이 긴 매체로 깊이를 더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