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굴기 실패? 레거시 공정 장악 노리는 '버전 2.0'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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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굴기 실패? 레거시 공정 장악 노리는 '버전 2.0'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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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usTopic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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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4일 전·4·611단어
반도체파운드리공급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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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와 주요 기술 기업들이 첨단 미세공정 중심의 자립 노선을 수정하고, 레거시(성숙) 공정과 첨단 패키징에 집중하는 이른바 '반도체 굴기 2.0' 전략으로 포트폴리오를 전면 재구성한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가 극도로 강화된 2026년 현재,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확보가 사실상 차단되자 범용 칩 시장을 장악해 글로벌 공급망의 목줄을 쥐겠다는 우회 전술을 택한 것이다.

최근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과거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쏟아부었던 선단 공정 추격에서 한발 물러서 28나노미터(nm) 이상 구형 공정의 생산능력(CAPA)을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다. 이는 단순한 속도 조절이 아닌, 지정학적 한계를 인정한 상태에서 생존을 도모하는 상당히 이례적인 시도다.

중국 반도체 굴기 실패, 현황은 어떠한가?

본래 중국이 중국제조 2025를 통해 내세웠던 핵심 목표는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2026년 3월 현재, 업계와 주요 시장조사기관들이 추산하는 중국의 실제 반도체 자급률은 약 20%대 초중반에 머물러 있다. 공식적인 목표치와 냉혹한 현실 사이의 괴리가 절반을 훌쩍 넘는다.

실패의 결정적 원인은 미국의 정밀 타격이다. 인공지능(AI) 가속기와 스마트폰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에 필수적인 7nm 이하 미세공정은 네덜란드 ASML의 장비 없이는 구현이 불가능하다. 미국이 동맹국들을 규합해 이 장비의 반입을 원천 봉쇄하면서, SMIC(중신궈지) 등 중국 파운드리들의 기술 진입 장벽은 물리적으로 막혀버렸다.

여기에 거시경제적 압박도 거세다. 29일 기준 원·달러 환율이 1,508.6원으로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등 글로벌 강달러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제3국을 통해 대체 장비와 소재를 수입하는 데 드는 재무적 비용도 과거보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기술적 한계와 비용 압박이 동시에 작용하며 1.0 전략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았다.

반도체 굴기 뜻과 2.0 전략, 무엇이 달라졌나?

일반적으로 언급되는 '반도체 굴기'란 국가 주도로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 패키징까지 독자적인 밸류체인을 구축하려는 중국의 산업 정책을 뜻한다. 새롭게 꺼내 든 2.0 전략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 그리고 '우회'다.

첫째, 28nm 이상 레거시 공정의 글로벌 점유율 확대다. 전기차, 가전제품, 사물인터넷(IoT) 기기에는 최첨단 칩이 아닌 성숙 공정에서 생산된 칩이 대량으로 탑재된다. 중국은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빅펀드) 3기와 4기를 연이어 가동하며 자국 내 성숙 공정 팹(Fab) 건설에 천문학적인 위안화를 쏟아붓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28nm 이상 파운드리 시장에서 중국의 생산능력 점유율은 2026년 기준 30%를 돌파할 것으로 추정된다.

둘째, 첨단 패키징 기술인 칩렛(Chiplet) 생태계 구축이다. 단일 칩에서 미세공정을 구현하기 어려우니, 여러 개의 구형 칩을 마치 레고 블록처럼 이어 붙여 고성능을 내겠다는 계산이다. 이는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면서도 자국 내 AI 인프라 구축 수요를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과거 일본 반도체 굴기와의 결정적 차이

역사적으로 1980년대 글로벌 시장을 호령했던 일본의 반도체 산업은 미국의 '플라자 합의'와 미·일 반도체 협정이라는 정치적 압박에 무릎을 꿇었다. 당시 일본은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자유무역 체제 내에 편입되어 있었기에 미국의 룰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재 중국의 행보는 다르다. 아예 서방의 공급망과 분리된 '갈라파고스적 자립 생태계'를 구축하려 한다. 내수 시장이라는 확실한 수요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국의 거대한 전기차 및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자국산 레거시 칩을 의무적으로 탑재하도록 암묵적 지시를 내림으로써, 자국 팹리스와 파운드리가 생존할 수 있는 인큐베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에 미칠 파장과 대응

이러한 중국의 전략 수정은 한국 반도체 생태계, 특히 8인치와 12인치 레거시 공정을 주력으로 하는 중견 파운드리 기업들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중국이 막대한 보조금을 등에 업고 칩 단가를 원가 이하로 후려치는 '밀어내기'를 본격화할 경우,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 증시도 이러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반영하고 있다. 29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4% 하락한 5,438.87로 마감했으며,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주가 변동성도 확대되는 추세다. 첨단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는 한국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범용 칩 시장을 중국에 내어주면 장기적인 생태계 하부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

사안에 밝은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관계자는 "중국의 자급률 70% 달성 실패를 단순한 기술적 패배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며 "오히려 자동차와 전력 인프라에 들어가는 범용 반도체 시장을 중국이 독식할 경우, 향후 제2의 요소수 사태가 반도체 영역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론적으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 2.0'은 화려한 첨단 기술의 승리가 아닌, 철저히 계산된 진지전이다. 투자자와 산업계가 앞으로 주시해야 할 단일 핵심 추적 지표는 '글로벌 전력 반도체(PMIC) 및 마이크로컨트롤러(MCU) 시장 내 중국 기업의 점유율 변화'다. 이 수치가 우상향을 멈추지 않는 한,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의 2막은 이제 막 시작된 것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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