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와 주요 기술 기업들이 첨단 미세공정 중심의 자립 노선을 수정하고, 레거시(성숙) 공정과 첨단 패키징에 집중하는 이른바 '반도체 굴기 2.0' 전략으로 포트폴리오를 전면 재구성한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가 극도로 강화된 2026년 현재,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확보가 사실상 차단되자 범용 칩 시장을 장악해 글로벌 공급망의 목줄을 쥐겠다는 우회 전술을 택한 것이다.
최근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과거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쏟아부었던 선단 공정 추격에서 한발 물러서 28나노미터(nm) 이상 구형 공정의 생산능력(CAPA)을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다. 이는 단순한 속도 조절이 아닌, 지정학적 한계를 인정한 상태에서 생존을 도모하는 상당히 이례적인 시도다.
중국 반도체 굴기 실패, 현황은 어떠한가?
본래 중국이 중국제조 2025를 통해 내세웠던 핵심 목표는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2026년 3월 현재, 업계와 주요 시장조사기관들이 추산하는 중국의 실제 반도체 자급률은 약 20%대 초중반에 머물러 있다. 공식적인 목표치와 냉혹한 현실 사이의 괴리가 절반을 훌쩍 넘는다.
실패의 결정적 원인은 미국의 정밀 타격이다. 인공지능(AI) 가속기와 스마트폰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에 필수적인 7nm 이하 미세공정은 네덜란드 ASML의 장비 없이는 구현이 불가능하다. 미국이 동맹국들을 규합해 이 장비의 반입을 원천 봉쇄하면서, SMIC(중신궈지) 등 중국 파운드리들의 기술 진입 장벽은 물리적으로 막혀버렸다.
여기에 거시경제적 압박도 거세다. 29일 기준 원·달러 환율이 1,508.6원으로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등 글로벌 강달러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제3국을 통해 대체 장비와 소재를 수입하는 데 드는 재무적 비용도 과거보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기술적 한계와 비용 압박이 동시에 작용하며 1.0 전략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았다.
반도체 굴기 뜻과 2.0 전략, 무엇이 달라졌나?
일반적으로 언급되는 '반도체 굴기'란 국가 주도로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 패키징까지 독자적인 밸류체인을 구축하려는 중국의 산업 정책을 뜻한다. 새롭게 꺼내 든 2.0 전략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 그리고 '우회'다.
첫째, 28nm 이상 레거시 공정의 글로벌 점유율 확대다. 전기차, 가전제품, 사물인터넷(IoT) 기기에는 최첨단 칩이 아닌 성숙 공정에서 생산된 칩이 대량으로 탑재된다. 중국은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빅펀드) 3기와 4기를 연이어 가동하며 자국 내 성숙 공정 팹(Fab) 건설에 천문학적인 위안화를 쏟아붓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28nm 이상 파운드리 시장에서 중국의 생산능력 점유율은 2026년 기준 30%를 돌파할 것으로 추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