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1억 원 이하 정기예금 계좌 수가 6년 반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른바 '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목돈을 은행에 묶어두는 대신 주식이나 가상자산 등 고수익 위험자산으로 자금을 적극적으로 이동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2026년 5월 5일 기준 코스피 지수가 6,936.99로 마감하며 하루 만에 5.1%의 폭발적인 급등세를 보인 반면, 1억 원 이하 소액 정기예금 잔액은 뚜렷한 감소세를 나타냈다. 자본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이 가속화되면서 시중 자금의 흐름이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완전히 재편되는 양상이다.
과거 예금은 가장 안정적이고 확실한 자산 증식 수단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지속된 자산 가격의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은 개인 투자자들의 재테크 기조를 근본적으로 뒤바꿔 놓았다. 특히 근로소득만으로는 자산 증식이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수익을 좇아 자본시장으로 뛰어드는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 이러한 거시경제적 변화는 은행권의 수신 통계에 고스란히 반영되며, 예금 시장의 구조적인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정기예금 계좌 개설, 왜 급감하고 있나?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가운데 잔액이 1억 원 이하인 계좌 수는 2010년대 후반 이후 6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단순히 계좌 수만 줄어든 것이 아니다. 1억 원 이하 정기예금 계좌의 총예금 규모 역시 299조 7,090억 원으로 집계되며 전년 대비 2.2% 감소했다. 2016년 상반기 이후 7년 넘게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던 소액 정기예금 규모가 완전히 꺾인 것이다.
이러한 1억 이하 정기예금 급감 현상의 핵심 원인은 은행 예금의 실질 금리 매력도 하락과 자산 가격의 가파른 상승이다.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연 3%대 초중반에 머물고 있는 반면, 체감 물가 상승률은 이를 상회하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세금을 떼고 나면 사실상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에 가깝다는 불만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터져 나온다. 예금에 돈을 묶어둘수록 구매력이 하락하는 '현금의 역설'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글로벌 증시의 유례없는 호황이 불을 지폈다. 5일 기준 미국 나스닥 지수는 25,281.89(+0.9%), S&P500 지수는 7,247.63(+0.6%)을 기록하며 강세장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증시 역시 원달러 환율이 1,473.9원이라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 대형주들의 실적 호조에 힘입어 코스피가 6,900선을 돌파했다. 이처럼 주식 시장에서 연일 두 자릿수 이상의 기대 수익률이 쏟아져 나오면서, 개인 투자자들은 정기예금 계좌를 해지하고 증권사 계좌로 자금을 이체하는 선택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숫자로 보는 예금 이탈 현상
실제 자산 시장의 수익률 격차는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동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한다. 아래 표는 최근 주요 자산군의 동향과 1억 원 이하 정기예금 잔액의 변화 추이를 비교한 것이다.
| 구분 | 핵심 지표/수치 (2026.05.05 기준) | 전년/전일 대비 변동 | 비고 |
|---|---|---|---|
| 1억 원 이하 정기예금 총액 | 299조 7,090억 원 (2025년 말 기준) | -2.2% (전년 대비) | 6년 반 만에 최저 계좌 수 |
| 코스피 지수 | 6,936.99 | +5.1% (전일 대비) | 위험자산 선호 심리 극대화 |
| 비트코인 | $81,503 (약 1억 1,984만 원) | 사상 최고가 수준 유지 | 대체 투자 자산 급부상 |
| 국제 금 가격 | $4,584.00 | +0.9% (전일 대비) | 고액 자산가들의 헤지 수단 |
데이터에서 나타나듯, 소액 예금 잔액이 2%대 감소를 보인 반면 주식과 가상자산 등은 하루 만에도 예금의 1년 치 이자를 훌쩍 뛰어넘는 변동성을 보여주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1년 동안 자금을 묶어두고 연 3% 남짓한 이자를 받기보다는, 단기 변동성을 감수하더라도 높은 수익을 노리는 쪽으로 의사결정의 무게 중심을 이동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isa 계좌 정기예금 대신 주식과 코인으로 몰리는 자금?
개인들의 투자 성향 변화는 절세 혜택을 제공하는 특수 계좌 내에서도 뚜렷하게 관찰된다. 과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자들은 원금 보장과 비과세 혜택을 동시에 누리기 위해 예적금 상품의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ISA 계좌 내에서도 정기예금 비중을 대폭 줄이고, 국내 상장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로 자산을 갈아타는 움직임이 거세다. 비과세 한도를 주식 매매 차익이나 배당 수익에 활용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