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보증" 그 말 믿었다가…85억 삼킨 검은 공모
전세 사기는 공인중개사나 '바지사장'을 내세운 건축주가 주도한다는 것이 시장의 통상적인 인식이었다.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는 오히려 피해 구제를 돕는 조력자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 믿음은 최근 서울 강서구 일대에서 터진 85억 원 규모의 전세 사기 사건으로 산산조각 났다.
사건의 균열은 피해자들이 가장 신뢰했던 지점에서 발생했다. 바로 '변호사가 직접 관리하고 보증한다'는 약속이었다.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등 61명의 피해자는 법률 전문가의 공증을 믿고 전 재산과 다름없는 보증금을 맡겼지만, 그 변호사는 사기 조직의 핵심 공범이었다.
전세 사기 유형, '채권양도계약서'의 함정이란?
이번 사건은 전세 사기가 법률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드는 고도의 금융 범죄로 진화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들은 단순한 이중계약을 넘어,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법률 서류를 범죄의 핵심 도구로 활용했다.
첫째, 사기 조직의 총책인 A씨 부부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자기 돈 한 푼 없이 빌라 100여 채를 사들였다. 이후 공인중개사들과 짜고 시세보다 높은 전세보증금을 받아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하는 전형적인 '동시진행' 수법을 사용했다. 부동산 시장의 불안 심리를 악용한 것이다.
둘째,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공범인 변호사 B씨였다. 그는 임대인인 A씨와 임차인(피해자) 사이에 '채권양도계약서'를 작성하게 했다. 이는 "집주인이 보증금을 못 돌려주면, 변호사가 대신 채권을 넘겨받아 해결해준다"는 내용으로, 겉보기에는 임차인을 위한 안전장치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는 피해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기만 행위에 불과했다. SBS 취재 결과, 해당 계약서는 법적 효력이 거의 없는 휴지 조각에 가까웠다.
결과적으로 피해자들은 법률 전문가의 권위를 신뢰해 마땅히 가입해야 할 전세보증보험조차 가입하지 않는 우를 범했다. 전문가가 껴있다는 사실 자체가 가장 큰 위험 신호였던 셈이다.
전세 사기 안 당하는 법, 변호사도 믿을 수 없다면?
물론 이번 사건이 변호사 개인의 일탈이며, 모든 법률 전문가를 불신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근본적인 원인은 과도한 갭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전세 제도 자체의 구조적 문제와 시장의 불확실성에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아파트 시세 데이터 역시 지역별로 극심한 양극화를 보여주며, 빌라 시장의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예비 임차인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전문가의 '말'보다 객관적인 '서류'와 '제도'를 신뢰해야 한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