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두 번 울린 '서류', 85억 피해 변호사도 한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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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두 번 울린 '서류', 85억 피해 변호사도 한패였다

정상열

부동산 담당 편집기자

·수정 3분 전·4·617단어
전세 사기변호사채권양도계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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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보증" 그 말 믿었다가…85억 삼킨 검은 공모

전세 사기는 공인중개사나 '바지사장'을 내세운 건축주가 주도한다는 것이 시장의 통상적인 인식이었다.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는 오히려 피해 구제를 돕는 조력자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 믿음은 최근 서울 강서구 일대에서 터진 85억 원 규모의 전세 사기 사건으로 산산조각 났다.

사건의 균열은 피해자들이 가장 신뢰했던 지점에서 발생했다. 바로 '변호사가 직접 관리하고 보증한다'는 약속이었다.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등 61명의 피해자는 법률 전문가의 공증을 믿고 전 재산과 다름없는 보증금을 맡겼지만, 그 변호사는 사기 조직의 핵심 공범이었다.

전세 사기 유형, '채권양도계약서'의 함정이란?

이번 사건은 전세 사기가 법률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드는 고도의 금융 범죄로 진화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들은 단순한 이중계약을 넘어,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법률 서류를 범죄의 핵심 도구로 활용했다.

첫째, 사기 조직의 총책인 A씨 부부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자기 돈 한 푼 없이 빌라 100여 채를 사들였다. 이후 공인중개사들과 짜고 시세보다 높은 전세보증금을 받아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하는 전형적인 '동시진행' 수법을 사용했다. 부동산 시장의 불안 심리를 악용한 것이다.

둘째,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공범인 변호사 B씨였다. 그는 임대인인 A씨와 임차인(피해자) 사이에 '채권양도계약서'를 작성하게 했다. 이는 "집주인이 보증금을 못 돌려주면, 변호사가 대신 채권을 넘겨받아 해결해준다"는 내용으로, 겉보기에는 임차인을 위한 안전장치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는 피해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기만 행위에 불과했다. SBS 취재 결과, 해당 계약서는 법적 효력이 거의 없는 휴지 조각에 가까웠다.

결과적으로 피해자들은 법률 전문가의 권위를 신뢰해 마땅히 가입해야 할 전세보증보험조차 가입하지 않는 우를 범했다. 전문가가 껴있다는 사실 자체가 가장 큰 위험 신호였던 셈이다.

전세 사기 안 당하는 법, 변호사도 믿을 수 없다면?

물론 이번 사건이 변호사 개인의 일탈이며, 모든 법률 전문가를 불신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근본적인 원인은 과도한 갭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전세 제도 자체의 구조적 문제와 시장의 불확실성에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아파트 시세 데이터 역시 지역별로 극심한 양극화를 보여주며, 빌라 시장의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예비 임차인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전문가의 '말'보다 객관적인 '서류'와 '제도'를 신뢰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시장 변화에 맞춰 일부 부동산 핀테크 기업들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등기부등본의 권리관계, 특약사항의 독소 조항 등을 AI로 분석해 위험도를 사전에 알려주는 서비스를 출시하며 시장의 호응을 얻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역시 보증 심사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채권 관계나 과도한 대출이 설정된 매물에 대한 필터링을 강화하는 추세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임대차 계약 시 '특약'이나 '별도 합의'를 통해 안전을 보장해주겠다는 제안은 일단 의심해야 한다"며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는 HUG나 HF의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부 역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법률 전문가가 연루된 조직적 사기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임대차 계약 시 임차인이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필수 정보를 표준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기조 속에서 위축된 부동산 거래 시장에 최소한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결론적으로, 예비 청약자 및 실수요자들은 이제 공인중개사나 변호사의 명함이 아닌, 등기부등본과 건축물대장, 그리고 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를 계약의 제1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복잡한 서류로 현혹하려는 시도 자체가 위험 신호라는 인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금융감독원 또한 관련 피해 예방을 위한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자주 묻는 질문

전세 사기를 당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요?

시세보다 현저히 싸거나 조건이 좋은 매물이라는 유혹에 넘어가 기본적인 서류 확인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전문가 보증' 같은 말에 현혹되어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인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놓치는 것이 결정적인 피해 원인이 됩니다.

전세 계약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서류는 무엇인가요?

등기부등본(갑구의 소유권 관계, 을구의 근저당 등 채무 관계 확인), 건축물대장(불법 건축물 여부 확인), 납세증명서(집주인 세금 체납 여부 확인)는 기본입니다. 계약 전 해당 주소지로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한지 HUG 등을 통해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채권양도계약서'가 왜 위험한가요?

정상적인 전세 계약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서류입니다. 이는 임대인의 채무 상태가 좋지 않거나, 보증금을 제때 돌려줄 능력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법적으로 임차인의 보증금을 완벽하게 보호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서류를 요구한다면 계약을 피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이번 사건과 과거 '빌라왕' 사건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과거 '빌라왕' 사건들이 주로 건축주와 분양대행사, 공인중개사의 공모로 이루어졌다면, 이번 사건은 신뢰의 상징이어야 할 '변호사'가 사기 범죄의 핵심 고리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입니다. 이는 사기 수법이 법률적 허점을 파고들며 더욱 교묘하고 전문적으로 진화했음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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