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이 막을 올렸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1번 타자 중견수 이정후가 빅리그 3년 차 시즌을 맞이했다. 2024년 6년 1억 1,300만 달러(2026년 4월 1일 환율 1,517.0원 기준 약 1,714억 원)라는 대형 계약으로 태평양을 건넌 그는 데뷔 첫해 불의의 어깨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 마감하는 시련을 겪었다. 이후 절치부심한 2025시즌에는 140경기 이상을 소화하며 타율 0.285를 기록, 빅리그 연착륙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정후 야구에 대한 의문부호가 끊이지 않았다. 이정후의 타격이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150km/h 이상 강속구를 상대로는 장타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내야를 간신히 벗어나는 단타 위주의 타자에 머물 것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었다. 막대한 이정후 연봉 규모를 고려할 때 2루타 이상을 칠 수 있는 갭 파워(Gap Power)가 부족하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2026시즌 개막 시리즈에서 드러난 타구 지표는 이러한 통설에 정면으로 균열을 내고 있다. 뉴욕 양키스와의 개막 3연전에서 이정후가 보여준 타구 질은 지난 2년과는 확연히 다른 궤적을 그렸다.
양키스 대 자이언츠 개막전, 무엇이 달랐나?
이번 양키스 대 자이언츠 개막 시리즈는 이정후의 오프시즌 훈련 성과를 시험할 첫 무대였다. 1차전에서 이정후는 양키스의 에이스를 상대로 1회초 첫 타석부터 시속 106마일(약 170km/h)의 총알 같은 2루타를 우중간으로 뽑아냈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주말 3연전 동안 이정후가 기록한 인플레이 타구 11개 중 5개가 시속 95마일을 넘는 하드 히트(Hard Hit)로 기록됐다.
과거 이정후는 투수들의 빠른 하이 패스트볼에 배트가 밀리며 내야 땅볼을 양산하는 빈도가 높았다. 타구 발사각은 평균 5도 안팎에 머물며 땅볼 비율이 50%를 상회했다. 하지만 이번 시리즈에서 이정후의 평균 발사각은 12도로 상승했다. 오타니 쇼헤이처럼 발사각을 20도 이상으로 끌어올려 대형 홈런을 노리는 극단적인 어퍼 스윙은 아니지만, 외야수 사이를 가르는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생산하기에는 최적의 궤적을 찾은 것이다. 국내외 스포츠 매체들 역시 이정후의 타구 속도 증가에 주목하며 올 시즌 2루타 생산 능력이 극대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정후 스탯, 정말 파워가 떨어졌을까?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이정후의 타격을 분석할 때 종종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에서 활약한 타격 기계 루이스 아라 에즈와 비교하곤 했다. 탁월한 배트 컨트롤로 삼진을 당하지 않는 콘택트 능력은 비슷하지만, 장타력 부재가 한계로 지적받아 온 탓이다. 하지만 2026시즌 초반 이정후 스탯은 이 비교를 거부하고 있다.
스트라이크존 하단으로 떨어지는 유인구를 걷어 올리는 하체 회전 속도가 전년 대비 눈에 띄게 빨라졌다. 샌프란시스코 코칭스태프는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이정후의 타격 준비 자세에서 손의 위치를 미세하게 낮추고 배트가 나오는 궤적을 간결하게 수정했다. 그 결과 직구 대응력이 상승하면서 자연스럽게 타구 중심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전년 대비 하드 히트 비율이 15%포인트 이상 증가한 것은 이정후가 공을 맞히는 데 급급하지 않고, 확실한 자기 스윙을 전개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