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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선박 호르무즈 통과에도 유가 111달러 돌파, 봉쇄 해제 언제쯤?
송
송민재
경제 담당 편집기자
·4분·655단어
호르무즈해협국제유가코스피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동맥이 요동치고 있다. 이란의 통제력이 미치는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감 속에서, 최근 일본 국적 선박이 이틀 연속으로 해당 해역을 무사히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이는 아시아 주요 수입국들의 원유 수급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최악의 물류 마비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낙관론을 제기한다. 선박의 통항 재개는 곧 봉쇄 해제의 신호탄이며,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던 에너지 가격이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실제 가격 지표는 이 같은 통설과 정반대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이번 유가 급등의 이면에는 '선별적 통항'이 주는 더 큰 불확실성이 자리 잡고 있다. 일본 선박의 통과는 해당 국가와 이란 간의 개별적인 물밑 협상이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일 확률이 높다. 즉, 미국이나 유럽 국적의 선박, 혹은 서방 기업이 용선한 유조선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경한 호르무즈 해협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을 통해 집계되는 글로벌 해상 보험료 추이는 이러한 공포를 정확히 반영한다. 중동 수역을 지나는 유조선에 부과되는 전쟁위험 할증료(War Risk Premium)는 연초 대비 수배 이상 치솟은 상태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해운사들은 여전히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막대한 비용과 해협 돌파의 위험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고 있다.
이러한 거시적 위기 속에서 한국 증시의 움직임은 다소 이질적이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2.7% 상승한 5,377.30으로 마감하며 강세를 보였다. 코스닥 역시 0.7% 오른 1,063.75를 기록했다. 유가 111달러 시대에 증시가 환호하는 이 역설적인 상황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해답은 환율에 있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1,509.9원이라는 기록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엔화 역시 100엔당 946.5원으로 원화 대비 상대적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주시하는 수입 물가 상승 압력은 극에 달했지만, 주식시장에서는 고환율이 수출 대형주의 실적(EPS)을 단기적으로 뻥튀기하는 착시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등 코스피 시가총액 상단에 포진한 기업들은 달러 강세의 혜택을 직접적으로 받으며 지수를 견인했다. 반면, 내수 중심의 중소형주나 항공, 화학 등 에너지 비용에 민감한 섹터는 철저히 소외되는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정리된 데이터를 종합할 때, 일본 선박의 통항 소식을 호르무즈 해협 사태의 종료로 해석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WTI 유가 111달러와 원·달러 환율 1,500원대의 조합은 자원 빈국인 한국 경제에 가혹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경제 전반의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코스피 5,300선 돌파라는 화려한 지표 이면의 뇌관을 직시해야 한다. 수출 대형주가 이끄는 지수 상승에 취해 포트폴리오의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투자자들은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고환율이 개별 기업의 매출원가에 미치는 타격을 면밀히 분석하고, 인플레이션 헷지(Hedge)가 가능한 자산의 비중을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거시경제의 파도는 뉴스 헤드라인이 아닌, 냉혹한 가격 지표를 통해 그 진짜 높이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