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선박 호르무즈 통과에도 유가 111달러 돌파, 봉쇄 해제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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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선박 호르무즈 통과에도 유가 111달러 돌파, 봉쇄 해제 언제쯤?

송민재

경제 담당 편집기자

·4·655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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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동맥이 요동치고 있다. 이란의 통제력이 미치는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감 속에서, 최근 일본 국적 선박이 이틀 연속으로 해당 해역을 무사히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이는 아시아 주요 수입국들의 원유 수급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최악의 물류 마비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낙관론을 제기한다. 선박의 통항 재개는 곧 봉쇄 해제의 신호탄이며,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던 에너지 가격이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실제 가격 지표는 이 같은 통설과 정반대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정말 해제 국면인가?

지정학적 리스크의 해소 여부를 판단할 때, 외교적 수사나 단편적인 선박 통항 소식보다 훨씬 정확한 지표는 원자재 시장의 프라이싱이다. 2026년 4월 4일 현재,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6.5% 급등한 배럴당 111.54달러를 기록했다. 일본 선박의 통과 소식이라는 표면적인 호재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폭등한 것은, 시장이 이번 사태를 일시적 해프닝이 아닌 구조적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시각도 냉혹하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특정 국가 선박의 예외적 통항이 전체 해운망의 정상화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들은 지정학적 프리미엄이 유가에 배럴당 최소 15달러 이상 반영되어 있으며, 단기간에 이 프리미엄이 소멸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호르무즈 해협 위치의 특수성 때문이다.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폭 39km에 불과한 이 좁은 바닷길을 지난다. 단 며칠간의 통행 차질이나 선별적 검문만으로도 글로벌 공급망 전체에 병목 현상을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왜 국제유가는 111달러로 치솟았나?

이번 유가 급등의 이면에는 '선별적 통항'이 주는 더 큰 불확실성이 자리 잡고 있다. 일본 선박의 통과는 해당 국가와 이란 간의 개별적인 물밑 협상이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일 확률이 높다. 즉, 미국이나 유럽 국적의 선박, 혹은 서방 기업이 용선한 유조선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경한 호르무즈 해협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을 통해 집계되는 글로벌 해상 보험료 추이는 이러한 공포를 정확히 반영한다. 중동 수역을 지나는 유조선에 부과되는 전쟁위험 할증료(War Risk Premium)는 연초 대비 수배 이상 치솟은 상태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해운사들은 여전히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막대한 비용과 해협 돌파의 위험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고 있다.

코스피 5300선 돌파의 역설

이러한 거시적 위기 속에서 한국 증시의 움직임은 다소 이질적이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2.7% 상승한 5,377.30으로 마감하며 강세를 보였다. 코스닥 역시 0.7% 오른 1,063.75를 기록했다. 유가 111달러 시대에 증시가 환호하는 이 역설적인 상황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해답은 환율에 있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1,509.9원이라는 기록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엔화 역시 100엔당 946.5원으로 원화 대비 상대적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주시하는 수입 물가 상승 압력은 극에 달했지만, 주식시장에서는 고환율이 수출 대형주의 실적(EPS)을 단기적으로 뻥튀기하는 착시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등 코스피 시가총액 상단에 포진한 기업들은 달러 강세의 혜택을 직접적으로 받으며 지수를 견인했다. 반면, 내수 중심의 중소형주나 항공, 화학 등 에너지 비용에 민감한 섹터는 철저히 소외되는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갈등, 향후 검증 지표는?

현재의 시장 상황을 관통하는 가장 강력한 반론은 "결국 고유가는 수요 파괴(Demand Destruction)를 불러와 스스로 가격을 끌어내릴 것"이라는 전통적인 경제학 논리다. 유가가 110달러를 넘어서면 글로벌 소비가 위축되고, 이는 다시 원유 수요 감소로 이어져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논리의 적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지표를 추적해야 한다. 첫째, 아시아 국가가 아닌 서방 주요 석유 메이저(엑슨모빌, 쉘 등)가 용선한 유조선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 재개 여부다. 이것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진정한 의미의 봉쇄 해제로 볼 수 없다. 둘째, 원유 선물 시장의 백워데이션(단기물 가격이 장기물보다 높은 현상) 스프레드다. 현재의 극심한 백워데이션은 시장 참여자들이 당장의 원유 확보에 혈안이 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 스프레드가 축소되어야만 실질적인 긴장 완화를 논할 수 있다. 이미 기민한 글로벌 자본은 움직이고 있다. 원자재 트레이딩 기업들은 중동 리스크 장기화에 베팅하며 북미 셰일 오일과 남미 가이아나 해상 광구 등 대체 공급망 쪽에 자본을 집중하는 추세다.

한국 투자자를 위한 시사점

정리된 데이터를 종합할 때, 일본 선박의 통항 소식을 호르무즈 해협 사태의 종료로 해석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WTI 유가 111달러와 원·달러 환율 1,500원대의 조합은 자원 빈국인 한국 경제에 가혹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경제 전반의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코스피 5,300선 돌파라는 화려한 지표 이면의 뇌관을 직시해야 한다. 수출 대형주가 이끄는 지수 상승에 취해 포트폴리오의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투자자들은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고환율이 개별 기업의 매출원가에 미치는 타격을 면밀히 분석하고, 인플레이션 헷지(Hedge)가 가능한 자산의 비중을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거시경제의 파도는 뉴스 헤드라인이 아닌, 냉혹한 가격 지표를 통해 그 진짜 높이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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