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 탄약사업 매각 무산, 수천억 밸류 격차와 독과점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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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 탄약사업 매각 무산, 수천억 밸류 격차와 독과점의 한계

송민재

경제 담당 편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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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 탄약사업 매각, 왜 돌연 중단됐나?

풍산과 한화 간의 초대형 방산 빅딜이 최종 무산됐다. 10일 금융투자업계와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이 풍산의 방산(탄약) 부문을 인수하기 위해 진행해 온 물밑 협상이 밸류에이션 이견과 독과점 심사 우려를 넘지 못하고 결렬됐다. 양사는 공식적으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여러 협력 방안을 검토했으나, 현재로서는 사업 양수도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하지만 시장이 바라보는 결렬의 핵심은 철저히 '돈'의 문제다. K-방산 수출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글로벌 155mm 포탄 수요가 폭증하면서 풍산 방산 부문의 몸값이 수직 상승했기 때문이다. 한화 측은 합리적인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시했다고 주장하지만, 풍산 측은 현재의 폭발적인 실적 성장세가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양측이 산정한 기업가치 격차는 수천억 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환율과 K-방산 호조, 누가 더 아쉬운가?

이번 딜 무산의 배경에는 거시경제 지표와 방산 시장의 구조적 호황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10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77.0원을 기록하며 고환율 장기화 국면에 진입했다. 탄약과 포탄을 생산해 전 세계로 수출하는 풍산 입장에서는 고환율이 곧바로 수익성 극대화로 직결된다. 굳이 알짜 사업을 떼어내 매각할 유인이 시장 환경상 사라진 셈이다.

반면, 지상 방산 체계를 완벽히 수직계열화하려던 한화 입장에서는 뼈아픈 결과다. K9 자주포 등 세계적인 명품 무기체계를 수출하면서도, 이에 탑재되는 핵심 탄약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내재화하려던 전략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한 방산 담당 애널리스트는 한화가 포탄 추진장약 등을 자체 생산하지만, 탄두와 신관을 아우르는 종합 탄약 밸류체인 완성을 위해 풍산의 제조 인프라가 절실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풍산의 탄약 제조 역량은 단가와 품질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독과점 규제 리스크와 주주 반발의 함수

규제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문턱도 협상의 발목을 강하게 잡았다. 한화가 풍산 방산 부문을 흡수할 경우, 국내 탄약 및 포탄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과거 한화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인수할 당시에도 방산 분야 독과점 논란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을 받기까지 상당한 진통을 겪은 바 있다. 이번 탄약사업 매각 역시 국가 군 전력 유지와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등 관계 부처의 우려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더불어 풍산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도 매각을 주저하게 만든 핵심 요인이다. 과거 풍산이 방산 부문을 물적분할하려다 주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철회했던 뼈아픈 선례가 있다. 전체 매출의 상당 부분과 영업이익의 핵심을 차지하는 방산 부문이 떨어져 나갈 경우, 존속 법인인 신동 부문만으로는 기업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실적을 보면 풍산의 방산 부문 이익 기여도는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방산 빅딜 무산, 주식시장과 과거 사례가 주는 교훈은?

10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4% 상승한 5,858.87로 마감하며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방산주 내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딜 무산 소식에 풍산은 불확실성 해소 및 독자 성장 기대감으로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된 반면, 한화 그룹 방산 계열사들은 단기적인 모멘텀 소멸로 약보합세를 면치 못했다. 코스닥 역시 1,093.63(1.6%)으로 상승 마감하며 전반적인 투자 심리는 양호했다.

특히 10일 기준 국제 금 가격이 온스당 4,792.40달러(+0.1%), WTI유가 배럴당 98.55달러(+0.8%)로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등 원자재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이다. 풍산의 주력인 신동 사업은 구리 가격 변동에 민감하지만, 방산 부문은 장기 공급 계약과 각국 정부의 국방비 증액에 기반하므로 원자재 리스크를 방어하는 강력한 현금창출원(캐시카우) 역할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방산 부문을 매각하는 것은 풍산 전체의 재무적 안정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는 내부 지적이 잇따랐다.

과거 방산 업계의 인수합병 사례를 복기해 보면, 딜이 무산된 이후 각 기업은 뼈를 깎는 자체 경쟁력 강화에 집중했다. KBS 뉴스 등 주요 매체들은 한국 방산 수출이 올해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풍산은 매각 대신 대규모 설비 투자를 통해 자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유럽 및 중동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숨은 이해관계자: 글로벌 공급망의 안도

이 딜의 무산을 가장 예의주시한 곳은 다름 아닌 글로벌 방산 공급망 네트워크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방산업체들은 155mm 포탄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의 생산 능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풍산이 한화에 편입되어 수직계열화될 경우, 타국 방산업체나 경쟁사로의 탄약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기저에 깔려 있었다. 독립적인 부품 및 탄약 공급사로서 풍산의 지위가 유지됨에 따라, 글로벌 고객사들은 물량 확보 측면에서 안도하는 분위기다.

독자 생존 택한 풍산, 다음 스텝은?

풍산과 한화의 탄약사업 매각 협상 결렬은 양측의 재무적 이해득실이 팽팽하게 맞선 결과다. 풍산은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는 알짜 사업을 양보할 이유가 없었고, 한화는 과도한 프리미엄 지불과 독과점 심사 지연이라는 이중고를 감수하면서까지 딜을 강행할 명분이 부족했다. 한화는 자체적인 탄약 밸류체인 강화를 위해 해외 파트너십 구축이나 조인트벤처 설립 등으로 전략을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나스닥 지수가 10일 22,951.87(+0.6%), S&P500이 6,832.28(+0.1%)로 상승하며 글로벌 방산 기업들의 자본 조달 환경이 우호적인 만큼, 새로운 우회로를 모색할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의 눈은 독자 생존을 택한 풍산의 실적 증명에 쏠려 있다.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는 가운데, 방산 물자의 안정적 확보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 투자자들이 추적해야 할 단일 핵심 지표는 명확하다. 매 분기 발표되는 통계청 및 관세청의 '무기류 수출액' 데이터와 풍산 방산 부문의 영업이익률 추이다. 이 수출 지표가 꺾이지 않는 한, 탄약사업 매각 무산은 풍산에게 악재가 아닌 장기 성장 엔진을 지켜낸 강력한 호재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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