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미국 군사 및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AI) 대표주인 팔란티어의 밸류에이션이 혹독한 시험대에 올랐다. 글로벌 원자재 시장은 이미 휴전 가능성을 선반영하며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11일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2.2% 하락한 배럴당 95.63달러를 기록했다. 주요 분쟁 지역의 휴전 연장 가능성이 60% 이상으로 대두되면서, 전쟁 장기화를 전제로 쌓아 올렸던 팔란티어의 지정학적 프리미엄이 급격히 빠져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팔란티어 주가 하락 이유, 휴전 연장 때문일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국방 예산 증액과 '아메리카 퍼스트' 기반의 강경한 안보 정책이 팔란티어의 강력한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시장의 기대가 컸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가 군사력 현대화와 맞물려 데이터 분석 플랫폼의 수요 폭발을 이끌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현실의 지표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하는 물밑 협상 결과, 분쟁 지역의 휴전 연장 가능성이 커지면서 오히려 방산과 군사 AI 섹터 전반에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팔란티어는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미국 국방부(DoD) 및 동맹국 정부 기관의 수주에서 창출한다. 글로벌 분쟁이 격화될수록 전장 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고담(Gotham)'의 수요가 급증하는 구조적 특징을 지닌다. 그러나 분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휴전이 구체화되면 신규 수주 모멘텀은 필연적으로 둔화된다. 월가 주요 투자은행들은 휴전이 공식화될 경우 올해 팔란티어의 정부 부문 매출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20%대 중반에서 15% 내외로 하향 조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랠리 소외된 팔란티어 주가 전망은?
시장의 이목은 정책의 역설에 쏠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는 국방력 강화를 외치면서도, 역설적으로 해외 분쟁 개입을 최소화하고 막대한 군비 지출을 절감하려는 목적을 동반한다. 이는 월스트리트나우 등 주요 현지 매체 분석에서도 꾸준히 지적되어 온 핵심 리스크다. 국방 예산 총액이 늘어나더라도, 그것이 곧장 실전 투입용 AI 소프트웨어에 대한 대규모 신규 발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11일 기준 미국 증시는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나스닥 지수는 22,902.89로 0.4% 상승하며 기술주 중심의 견고함을 증명한 반면, S&P500 지수는 6,816.89로 0.1% 하락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대형 빅테크들이 지수 전반을 방어하는 가운데, 지정학적 리스크에 민감한 방산 및 데이터 종목들은 뚜렷한 하방 압력을 받았다.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등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팔란티어의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이 70배를 상회하는 고평가 구간에 진입한 상황에서, 정부 수주 둔화 우려는 급격한 밸류에이션 축소(멀티플 디레이팅)를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팔란티어 주가 차트가 말해주는 밸류에이션 부담
주가 차트와 펀더멘털의 괴리도 냉정하게 짚어봐야 할 시점이다. 과거 2010년대 중반 이라크 전쟁 축소와 오바마 행정부의 국방 예산 시퀘스터(자동 삭감) 당시, 록히드마틴과 레이시온을 비롯한 전통 방산주들은 수년간 지루한 박스권 장세에 갇혔다. 당시 국방 예산 삭감이 관련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 성장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현재 팔란티어는 상업용 AI 플랫폼인 '파운드리(Foundry)'와 'AIP'를 통해 민간 기업 매출 비중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주가를 폭발적으로 견인해 온 핵심 내러티브는 '국가 안보 위기'에 맞춰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