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M 끝까지 치솟아"…블랙박스 영상이 남긴 미해결의 단서들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에서 갑자기 비행기 이륙과 맞먹는 굉음이 터져 나온다. 계기판의 RPM(분당 회전수)은 순식간에 레드존을 향해 치솟고, 당황한 운전자는 다급하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만 엔진의 굉음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최근 온라인과 언론을 통해 확산된 르노코리아 2019년식 QM6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에 담긴 아찔한 상황이다.
운전자는 "갑자기 차에서 굉음 소리가 나면서 RPM이 끝까지 올라갔다"며 당시의 공포를 전했다. 상식적으로 정지 상태의 차량에서 운전자가 의도적으로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 엔진을 한계치까지 혹사시킬 이유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더구나 해당 차량은 정숙성이 장점인 도심형 SUV 모델로, 이토록 비정상적인 엔진 폭주가 발생한 것은 시스템 제어 로직이 붕괴되었음을 시사한다.
"운전자의 착각이나 페달 오조작으로 치부하기에는 엔진의 반응 속도와 소음의 형태가 정상적인 가속 상황과는 확연히 다르다." — 자동차 공학 전문가 분석
그러나 이 명백한 이상 현상 앞에서도 제조사인 르노코리아 측은 자체 점검 결과 기계적 결함이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놓으며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자동차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제조사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한 비판이 들끓고 있으며, 수년째 제자리걸음인 자동차 급발진 결함 인정 논란이 2026년 봄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자동차 제조물 책임법의 근본적인 모순을 짚어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주차 중 '부아앙' 굉음…르노차 단점, 급발진 논란으로 이어지나?
이번 사건은 고속도로나 도심 주행 중이 아닌, 주차 상태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급발진 의심 사고들과 궤를 달리하며 더욱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통상적인 급발진 의심 사고가 주행 또는 주차를 위한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과 달리, 기어가 체결되지 않거나 완전히 정지된 상태에서 엔진이 스스로 폭주하는 극히 이례적인 현상이 영상과 음향을 통해 고스란히 담겼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차량 내부의 복잡한 전자제어 시스템 오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실제 검색 트렌드를 살펴보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르노차 단점', '르노차종' 등에 대한 기존의 불만들이 급발진 논란과 결합되어 폭발적으로 분출하는 양상이다. 그동안 부품 수급의 어려움과 타사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유지비, 제한적인 정비 인프라 등으로 아쉬움을 표했던 차주들은 이제 생명과 직결된 안전 문제까지 우려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
한 자동차 정비업계 관계자는 "과거부터 특정 연식의 내연기관 차량에서 스로틀 바디 카본 누적이나 ECU(전자제어장치) 통신 오류로 인한 간헐적인 RPM 불안정 현상이 현장에서 종종 보고된 바 있다"며 "이번 영상의 굉음 수준을 볼 때 단순한 기계적 결함보다는 연료 분사 및 공기 흡입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나 핵심 센서의 치명적인 오작동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시대의 역설…기계는 죄가 없다?
최근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은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Software Defined Vehicle)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전자식 브레이크(Brake-by-Wire) 등 최첨단 기능이 탑재되면서 차량 1대에 들어가는 반도체의 수와 소프트웨어 코드의 양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진보가 역설적으로 급발진 의심 현상의 원인을 더욱 미궁 속으로 빠뜨리고 있다. 과거 기계식 스로틀 케이블을 사용하던 시절에는 가속 페달과 엔진이 물리적인 와이어로 연결되어 있어, 케이블이 끊어지거나 고착되지 않는 한 엔진이 스스로 가속할 확률은 제로에 가까웠다. 반면 현재의 전자식 스로틀 제어(ETC) 시스템은 운전자가 페달을 밟는 각도를 전기 신호로 변환하여 ECU로 전송하고, ECU가 이 신호를 연산하여 스로틀 모터를 구동하는 복잡한 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전자기파 간섭(EMI), 전압 강하, 소프트웨어 버그 등 수많은 변수가 개입할 여지가 생겨난 것이다. 기계 부품은 결함이 발생하면 마모되거나 파손된 흔적을 남기지만, 소프트웨어 오류는 상황이 종료된 후 흔적 없이 사라지는 '유령'과 같아 사후 원인 규명을 극도로 어렵게 만든다.
6년간 신고 201건 중 인정 '0'…급발진 입증 책임의 한계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피해자들을 절망에 빠뜨리는 가장 큰 벽은 바로 불합리한 '입증 책임' 구조다. 현행 제조물 책임법에 따르면, 차량의 설계상 또는 제조상 결함을 소비자가 직접 과학적으로 증명해야만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2022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이전 6년간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리콜센터에 신고된 급발진 의심 사고 201건 중 제조사가 차량 결함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존재하지 않았다. 통계가 보여주듯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소비자가 승리할 확률은 사실상 0%에 수렴한다.
이번 르노 QM6 사건에서도 제조사는 공식 서비스센터의 자체 진단기 점검 결과 차량 시스템에 아무런 이상 코드(DTC)가 남아있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만 개의 부품과 수억 줄의 코드로 이루어진 최신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소프트웨어적 오류를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 소비자가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사고 직후 시동을 끄고 시스템이 재부팅되는 과정에서 메모리 오류 기록이 초기화되는 경우가 많아, 사후 정비소 점검에서는 '정상'으로 판별되는 치명적인 맹점이 존재한다.
르노차 수리비 폭탄 우려? 급발진 의심 사고의 쟁점은?
소비자들을 더욱 분노케 하고 좌절하게 만드는 것은 사고 직후의 실질적인 처리 과정이다. 급발진 의심 현상으로 인해 엔진이 과회전(오버레브)하거나 변속기 등 파워트레인 핵심 부품에 심각한 무리가 가더라도, 제조사가 이를 제품 결함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달하는 수리비는 온전히 차주의 몫으로 돌아간다.
특히 수입차 브랜드와 유사한 부품 공급망을 공유하고 독자적인 정비 시스템을 갖춘 르노코리아의 특성상,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주 검색되는 '르노차 수리비'는 동급의 국산 타 브랜드 대비 다소 높게 형성되어 있어 피해 차주들의 경제적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가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