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로봇 전문기업 로엔서지컬이 국산 1호 수술 로봇의 혁신 의료기기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비절개 암 수술의 상용화 단계를 밟는다. 그동안 글로벌 기업이 독점해 온 수술 로봇 시장에 국내 기업이 신장결석에 이어 암 수술 영역까지 자체 기술로 진입하는 상당히 이례적인 시도다. 고환율 기조 속에서 천문학적인 수입 의료기기 도입 비용에 부담을 느끼던 국내 의료계는 이번 국산 로봇의 임상 성공을 비용 절감과 수술 접근성 확대를 위한 핵심 분기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수술용 로봇은 정밀한 조작을 통해 환자의 출혈과 통증을 최소화하는 현대 의료의 핵심 인프라다. 한국경제 보도(2026)에 따르면, 로엔서지컬은 신장결석 수술 로봇 ‘자메닉스’에 이어 암 병변을 절개 없이 제거할 수 있는 차세대 연성 내시경 로봇의 임상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는 환자의 신체에 구멍을 뚫는 기존 복강경이나 단일공 로봇 수술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요도나 구강 등 자연 개구부를 통해 로봇 팔을 삽입하는 완전한 비절개 방식을 지향한다.
국산 수술 로봇의 반격, 복강경 vs 로봇 수술 차이는?
의료 현장에서 최소 침습 수술은 크게 복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로 나뉜다. 복강경 수술은 환자의 복부에 3~4개의 작은 구멍을 뚫고 카메라와 수술 도구를 넣어 의사가 직접 조작하는 방식이다. 반면 로봇 수술은 의사가 수술대와 떨어진 콘솔에서 3D 고해상도 영상을 보며 로봇 팔을 원격으로 조종한다. 로봇 팔은 사람의 손목보다 관절 가동 범위가 넓고 미세한 손떨림을 보정해 주기 때문에, 전립선이나 직장처럼 좁고 깊은 공간에 위치한 장기를 수술할 때 압도적인 정밀도를 자랑한다.
한국은 로봇 수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임상 경험을 축적한 국가다. 2026년 4월 기준, 세브란스병원은 단일 의료기관으로는 세계 최초로 로봇 수술 5만 례를 돌파했다. 이는 2005년 국내 최초로 수술 로봇을 도입한 이후 21년 만에 달성한 대기록이다. 또한, 인천세종병원은 도입 2년여 만에 배꼽 주변에 하나의 구멍만 뚫어 흉터를 최소화하는 단일공 로봇 수술 800례를 달성했다. 이처럼 국내 의료진의 로봇 수술 숙련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정작 수술에 사용되는 하드웨어는 90% 이상이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의 ‘다빈치’ 시스템에 의존해 왔다.
로엔서지컬의 혁신임상 성공은 이러한 하드웨어 종속을 탈피할 수 있는 기술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기존 강체(딱딱한 직선 형태) 로봇 팔이 아닌, 뱀처럼 유연하게 휘어지는 연성(Flexible) 로봇 기술을 적용해 인체의 곡선을 따라 병변에 도달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초기 신장암이나 방광암 등 비뇨기계 암은 물론 호흡기를 통한 폐암 진단 및 절제 수술로도 통계청(2025)이 발표한 주요 암종의 생존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다빈치 독점 시장, 환자들의 로봇 수술 비용 부담 줄어들까?
로봇 수술의 가장 큰 진입 장벽은 단연 비용이다. 현재 대부분의 로봇 수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된다. 환자들은 암 종류와 병원에 따라 1회 수술에 약 700만 원에서 1,500만 원에 달하는 막대한 수술비를 전액 부담하거나, 개인적으로 가입한 실손의료보험(실비)에 의존해야 한다. 최근 보험사들이 로봇 수술 실비 지급 심사를 깐깐하게 강화하면서 환자와 의료기관의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수술비가 이토록 비싼 근본적인 이유는 장비 도입 및 유지보수 비용의 독점적 구조에 있다. 다빈치 로봇 1대당 도입 가격은 수십억 원에 달하며, 수술 10회마다 의무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전용 로봇 팔(Instrument) 등 소모품 비용도 병원 입장에서는 엄청난 고정 지출이다. 더욱이 2026년 5월 3일 기준 원·달러 환율이 1,474.1원까지 치솟으면서,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수입산 의료장비와 소모품의 원화 환산 비용은 병원의 수익성을 심각하게 압박하고 있다.
| 구분 | 전통적 복강경 수술 | 수입산 수술 로봇 (다빈치 등) | 국산 수술 로봇 (로엔서지컬 등) |
|---|---|---|---|
| 수술 방식 | 다공성 절개 (의사 직접 조작) | 다공/단일공 절개 (콘솔 원격 조작) | 자연 개구부 비절개 (연성 내시경 로봇) |
| 정밀도 및 시야 | 2D 화면, 제한적 관절 운동 | 3D 고해상도, 다관절 손떨림 보정 | 3D 영상, 인체 곡선 추종 유연성 |
| 환자 예상 부담금 | 약 100만~200만 원 (급여 적용 시) | 약 700만~1,500만 원 (비급여) | 수입산 대비 30~50% 절감 예상 |
| 병원 장비 도입가 | 수천만 원대 | 약 30억~40억 원 + 유지보수비 | 수입산 대비 낮은 초기 도입가 및 소모품비 |
로엔서지컬의 국산 로봇 상용화는 이러한 고비용 구조를 타파할 수 있는 강력한 대안이다. 장비 도입 가격과 연간 유지보수 비용을 수입산 대비 대폭 낮출 수 있다면, 병원은 수술 단가를 인하할 여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환자의 본인 부담금 감소와 실손보험 손해율 안정화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안에 밝은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는 "국산 장비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풀리면, 독점 기업도 소모품 가격을 방어하기 어려워 전체적인 로봇 수술 비용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AI와 결합하는 의료 현장, 로봇 수술 장단점은 무엇인가?
최근 로봇 수술의 트렌드는 단순한 하드웨어의 정밀도를 넘어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AI)의 결합으로 진화하고 있다. 수술 로봇은 겉보기에는 거대한 기계 장치지만, 그 이면에는 수백만 줄의 코드로 이루어진 정밀 제어 시스템이 작동한다. 실제로 수술용 로봇과 수십 가지의 중요 의료 기기 내부에는 과거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했던 블랙베리의 QNX 운영체제(OS) 같은 초저지연 실시간 소프트웨어가 이식되어 있다. 환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고도화된 소프트웨어 시스템에 생명을 맡기고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