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총파업 위기, 코스피 1위 기업이 흔들린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창사 이래 최대 분수령을 맞았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등 공동투쟁본부가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8일간의 대규모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사측은 사내 공지를 통해 "쟁의 참여를 강요해서는 안 되며 상호존중의 조직문화를 유지해야 한다"며 내부 갈등 최소화에 나섰다. 이와 동시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해외 출장 후 귀국길에서 "모두 제 탓"이라며 이례적인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며 사태 수습의 전면에 섰다.
현재 거시경제 지표는 삼성전자에게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2026년 5월 16일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1% 폭락한 7,493.18을 기록하며 시장에 막대한 충격을 주었다. 원·달러 환율 역시 1,498.1원까지 치솟으며 1,500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 이처럼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극대화된 시점에서, 국내 시가총액 1위 기업의 핵심 생산 라인 가동 차질 우려는 단순한 개별 기업의 리스크를 넘어 한국 경제 전체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 노조 파업 이유? 21일 총파업 앞둔 노사 갈등의 핵심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가 강경 노선을 걷게 된 표면적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성과급 제도의 전면 개편이다. 노조 측이 밝힌 바에 따르면, 현재까지 파업 참여 의사를 표명한 조합원은 4만 6,000명을 넘어섰으며 최대 5만 명이 쟁의 행위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반도체(DS) 부문을 포함한 핵심 인력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규모다.
파업의 도화선이 된 것은 현행 초과이익성과급(OPI) 등 보상 체계의 산정 방식이다. 노조는 사측이 일방적으로 경제적 부가가치(EVA) 기준을 정하고 통보하는 방식을 탈피해, 영업이익 등 명확하고 투명한 지표에 따라 이익을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성과급의 상한선 폐지와 이를 단체협약에 명문화하는 제도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의 부침 속에서 실적 변동성이 커지자, 직원들 사이에서는 예측 가능한 보상 시스템에 대한 갈증이 누적되어 왔다. 특히 AI 반도체 붐을 타고 막대한 실적을 올린 경쟁사들의 성과급 지급 방식과 비교되며 내부 불만이 임계점을 넘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사측은 성과급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는 일부 공감하나 상한선 폐지 등은 경영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쟁의 강요 안 돼"…삼성전자가 상호존중을 강조한 배경은
파업 전운이 고조되는 가운데, 삼성전자 사측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쟁의 참여를 강요해서는 안 되며, 상호존중의 조직문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이는 파업 찬반을 둘러싼 직원 간의 갈등이 부서 내 위화감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로 대기업의 대규모 파업 사례를 분석해 보면, 쟁의 행위 자체로 인한 직접적인 생산 차질보다 파업 이후 조직 내부에 남는 감정적 앙금이 더 큰 장기적 손실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파업 참여자와 불참자 간의 대립은 업무 협업의 단절을 부르고, 이는 곧바로 연구개발(R&D) 속도 저하와 불량률 증가로 이어진다. 사측은 헌법이 보장하는 합법적인 쟁의권은 존중하되, 참여를 압박하거나 불참자를 비난하는 사내 분위기는 엄격히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재용 회장 "모두 제 탓" 대국민 사과…과거 선례와 차이점
노사 대립이 파국으로 치닫을 조짐을 보이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16일 귀국한 이 회장은 취재진 앞에서 "매서운 비바람은 제가 다 맞겠다. 모두 제 탓으로 돌리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노동조합 여러분, 삼성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며 "지금은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단결을 호소했다.
이 회장의 대국민 사과는 과거에도 중요한 변곡점마다 등장했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의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해 사과했고, 2020년에는 경영권 승계 의혹과 무노조 경영 문제와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특히 2020년 "더 이상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현재 노조 합법화와 세력 확장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번 사과는 과거와 뚜렷한 차이가 있다. 구체적인 불법 행위나 사회적 재난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합법적 테두리 내에서 벌어지는 노사 갈등에 대해 기업 총수가 선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는 점이다. 사안에 밝은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발생할 막대한 파장을 고려해, 총수가 직접 구성원들의 감정을 다독이고 협상의 명분을 만들어 주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삼성 노조 협상, 어떻게 진행되나? 사측 위원 교체와 향후 전망
파업 예고일이 다가오면서 양측의 물밑 접촉도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16일 "사측 대표교섭위원이 여명구 피플팀장으로 교체됐다"며 조만간 노사 미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측이 교섭위원을 전격 교체한 것은 기존 협상팀 체제에서 발생한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승부수다. 노조 역시 파업 강행 시 발생할 여론의 역풍과 내부 이탈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양측은 파업 전 마지막 대화 창구를 열어두고 핵심 쟁점인 성과급 산정 공식과 복지 포인트 인상 등을 두고 막판 절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