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과 FDA의 파열음… 왜 마티 매캐리 국장은 경질 위기에 처했나?
통설적으로 마티 매캐리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건 정책을 충실히 이행할 핵심 인사로 여겨졌다. 존스홉킨스대 외과 전문의 출신인 그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이 주도하는 '마하(MAHA·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운동의 강력한 옹호자로 평가받으며 취임했다. 시장은 그가 제약·바이오 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신속한 의약품 승인을 통해 헬스케어 섹터에 전례 없는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취임 후 14개월이 지난 현재, 상황은 시장의 예측과 정반대로 흘러갔다. 월스트리트저널(WSJ, 2026)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백악관과 주요 현안마다 엇박자를 내온 매캐리 국장의 해임 계획을 최종 승인했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정책적 이견으로 포장됐지만, 이면에는 FDA의 전통적인 '사전 승인제' 중심의 보수적 규제 방식과 백악관의 '속도전' 사이의 근본적인 충돌이 자리 잡고 있다.
균열은 전방위적 이슈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감지됐다. 백악관은 산업 혁신과 소비자 선택권을 명분으로 각종 규제 철폐를 압박했으나, 매캐리 국장과 FDA 고위 간부들은 임상 데이터의 불충분함과 안전성을 이유로 잇달아 제동을 걸었다. 특히 모더나의 mRNA 기반 독감 백신 승인을 초기에 거부한 사건이나, 낙태약(미페프리스톤) 접근 제한 조치를 두고 보수 진영의 강경한 요구를 충족하지 못한 점이 백악관의 인내심을 바닥나게 한 결정적 타격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FDA 규제 완화, 가향 전자담배가 도화선이 된 이유는?
가장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도화선은 아이러니하게도 중증 질환 치료제가 아닌 '가향 전자담배'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성인 흡연자의 일반 담배 대체를 명분으로 삼아 가향 전자담배의 신속한 시장 출시를 전폭적으로 추진해왔다. 이는 관련 산업의 일자리 창출과 세수 확보라는 경제적 계산도 깔려 있었다. 그러나 매캐리 국장의 지시 아래 FDA는 관련 제품의 승인 절차를 돌연 전면 중단했다. 청소년 흡연율 증가 등 공중 보건 훼손 우려를 앞세운 원칙적인 조치였다.
이는 즉각적인 백악관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CNN(2026)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매캐리 국장을 백악관으로 직접 불러들여 승인 지연에 대해 강도 높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 권력자의 직접적인 압박에 못 이긴 FDA는 결국 논란의 중심에 섰던 미국의 전자담배 업체 글라스(Glas)의 가향 제품 등 45종을 부랴부랴 승인했지만, 이미 백악관과 FDA 사이의 신뢰는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무너진 뒤였다.
이 전자담배 승인 지연 사태는 단순한 담배 규제 해프닝을 넘어, 트럼프 행정부가 FDA라는 거대 규제 기관을 바라보는 시각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백악관이 집요하게 요구하는 트럼프 FDA 규제 완화는 단순히 약물 승인 단계를 몇 달 줄이는 수준이 아니라, 시장 자율성을 최우선에 두고 기업의 혁신을 가로막는 허들을 완전히 제거하려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반면 매캐리 국장은 절차적 정당성과 데이터 기반의 안전성 검증이라는 FDA의 오랜 전통을 고집했고,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눈에 '혁신을 저해하는 기득권 관료주의적 저항'으로 비쳤다.
'마하(MAHA)' 운동과 전통적 규제의 충돌… 제약·바이오 시장의 반응은?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끄는 '마하' 운동은 미국 보건 의료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이고 급진적인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백신뿐만 아니라 아세트아미노펜(진통제), 항우울제 등 일상적으로 쓰이는 대중적인 의약품의 숨겨진 유해성을 주장하며, FDA가 기존 승인 약물에 대해서도 더 강경한 재평가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압박해왔다. 반면, 신약이나 혁신 의료기기, 대체의학 제품에 대해서는 규제의 문턱을 대폭 낮출 것을 주문하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이며 시장의 혼란을 부추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