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수요 둔화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겹친 가운데,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 기업의 2026년 첫 성적표가 공개됐다. 13일 기준 원·달러 환율이 1,490.2원까지 치솟고 코스피 지수가 7,502.78로 하락하는 변동성 장세 속에서, 수출 비중이 높은 부품사들의 이익 방어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런 환경에서 현대모비스는 고수익 사후관리(A/S) 부문의 탄탄한 현금 창출력과 우호적인 환율 효과를 지렛대 삼아 시장의 우려를 씻어내는 실적을 냈다. 단순한 부품 공급사를 넘어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로봇을 아우르는 이른바 '피지컬 인공지능(AI)'의 핵심 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동화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대규모 초기 투자가 집행되며 제조 부문의 수익성은 일시적 압박을 받고 있다. 슬로바키아와 스페인에 구축 중인 전동화 핵심 부품 공장은 현재 비용을 흡수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시장 분석가들은 이를 미래 성장을 위한 불가피한 선행 투자로 해석한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로보틱스 생태계에서 핵심 구동 장치를 독점적으로 공급할 가능성이 대두되며, 기존 내연기관 부품사의 한계를 돌파할 새로운 성장 동력이 구체화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1분기 실적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내용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2026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5조 5,605억 원, 영업이익 8,026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5년 1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5.5%, 영업이익은 3.3% 증가한 수치다. 당기순이익은 환율 변동에 따른 외환손익 감소와 관계사 지분법 이익 축소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4% 감소한 8,831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번 실적을 견인한 일등 공신은 단연 A/S 부품 사업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누적된 현대차·기아 차량의 운행 대수 증가로 교체용 부품 수요가 꾸준히 강세를 보인 데다, 원·달러 환율 상승이라는 외부 변수가 이익률을 극대화했다. A/S 사업 부문은 1분기에만 매출 3조 5,190억 원, 영업이익 9,239억 원을 창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4%, 영업이익은 5.4% 증가하며 전사 영업이익(8,026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를 기록했다. 제조 부문의 적자를 A/S 부문이 완벽하게 상쇄하고도 남은 구조다.
반면, 모듈 및 핵심부품 제조 사업은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해당 부문의 1분기 매출은 12조 41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늘었으나, 1,213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해외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한 고부가가치 전장 부품 공급은 확대됐지만, 전체적인 완성차 생산 물량 감소가 고정비 부담을 가중시켰다. 여기에 1분기부터 양산을 시작한 슬로바키아 PE(Power Electric) 시스템 공장과 연내 가동을 앞둔 스페인 BSA(Battery System Assembly) 공장에 투입된 초기 인프라 구축 비용과 인건비가 영업이익을 갉아먹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숫자로 보는 현대모비스 2026년 실적 동력
현대모비스의 재무 구조와 미래 투자 방향성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세부적인 숫자 변화를 교차 검증할 필요가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 자료를 바탕으로 핵심 재무 지표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 구분 (연결 기준) | 2025년 1분기 | 2026년 1분기 |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 |
|---|---|---|---|
| 매출액 | 14조 7,520억 원 | 15조 5,605억 원 | +5.5% |
| 영업이익 | 7,767억 원 | 8,026억 원 | +3.3% |
| 당기순이익 | 1조 317억 원 | 8,831억 원 | -14.4% |
| A/S 부문 영업이익 | 8,765억 원 | 9,239억 원 | +5.4% |
| 모듈/부품 영업이익 | -998억 원 | -1,213억 원 | 적자 지속 |
위 수치에서 드러나듯 현재 현대모비스의 수익 창출 구조는 A/S 사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회사는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고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연간 2조 원이 넘는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를 집행한다. 자율주행, 차량용 반도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에 필요한 원천 기술을 내재화하기 위한 자본 투하다.
수주 실적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남겼다. 올해 1분기 비계열사(논캡티브) 대상 핵심부품 수주액은 3억 1,6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연간 수주 목표인 89억 7,400만 달러의 약 3.5%에 불과한 수치다. 통상적으로 자동차 부품업계의 대규모 수주 계약이 하반기에 집중되는 상저하고(上底下高)의 계절성을 띠고 있으나, 연초 실적만 놓고 보면 목표 달성을 위해 남은 기간 공격적인 영업 활동이 필수적이다.
'피지컬 AI'의 심장, 로봇과 자율주행의 융합
금융투자업계는 현대모비스의 단기적인 실적 등락보다 중장기적인 사업 구조 재편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최근 자본시장에서는 인공지능이 가상 공간을 넘어 현실 세계의 물리적 움직임을 제어하는 '피지컬 AI' 산업이 핵심 투자 테마로 부상했다. 매일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KB증권은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앞세워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의 최선두에 서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