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중국 바이오 산업, 미국의 패권 위협할까?
중국 바이오 산업이 지난 9년간 신약 후보물질을 7배 폭증시키며 미국 주도의 글로벌 헬스케어 패권에 심각한 균열을 내고 있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동일한 기간 미국의 신약 파이프라인이 42%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중국은 막대한 R&D(연구개발) 물량 공세를 통해 파이프라인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렸다. 이는 단순한 양적 팽창을 넘어 글로벌 제약 시장의 가치 사슬이 아시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지표다.
공식적으로 미국 당국은 생물보안법(Biosecure Act) 등을 통해 중국의 헬스케어 굴기를 강하게 통제하고 있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며 자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데이터가 가리키는 현실은 철저히 다르다. 과거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원료의약품 생산이나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제조에 머물렀던 중국은 이제 ADC(항체약물접합체)와 이중항체 등 차세대 신약 개발 분야에서 전 세계 임상의 30% 이상을 주도하고 있다.
R&D 물량 공세 나선 중국 바이오텍, 원동력은 무엇인가?
이러한 폭발적인 성장의 이면에는 자본, 인력, 규제 완화라는 세 가지 축이 견고하게 맞물려 있다. 해외에서 학위와 실무 경험을 쌓고 귀환한 이른바 '바다거북(해귀파)' 고급 연구 인력들이 대거 중국 바이오텍 창업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14억 인구를 기반으로 한 압도적인 환자 풀은 다국적 제약사들이 수년에 걸쳐 진행할 임상 시험을 단 몇 개월 만에 완료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됐다.
상당히 이례적인 시도다. 중국 정부는 자국 내 혁신 신약에 대해 신속 심사 트랙을 전면 도입하며 규제 허들을 대폭 낮췄다. 이는 단순히 임상 건수만 늘린 것이 아니라, 글로벌 빅파마들이 탐낼 만한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 혁신 신약)' 후보물질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글로벌 제약업계의 시선이 실리콘밸리와 보스턴에서 상하이와 장쑤성으로 이동하는 이유다.
글로벌 자금이 향하는 중국 바이오 주식, 투자 매력도는?
현재 글로벌 거시경제 환경은 벤처 투자에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 나스닥 지수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기술주 전반의 변동성이 커졌다. 고물가 기조 속에서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초기 R&D 기업에 대한 자금 조달 창구는 크게 좁아졌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글로벌 빅파마의 자본은 중국으로 맹렬히 흘러가고 있다. 중국 바이오 기업 상위권에 포진한 기업들은 연일 조 단위의 기술이전(License-out)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2년간 글로벌 제약사들이 체결한 대형 항암제 파이프라인 인수 계약의 절반 가까이가 중국 발 물질이었다. 특허 절벽에 직면한 다국적 제약사 입장에서, 이미 초기 임상 데이터를 확보해 리스크가 낮으면서도 가성비가 뛰어난 중국의 신약 물질은 거부할 수 없는 선택지다.
이러한 실적은 곧바로 자본 시장에 반영됐다. 기관 투자자들은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중국 바이오 ETF와 우량 중국 바이오 주식의 비중을 조용히 늘리고 있다. 펀더멘털이 정치적 장벽을 뛰어넘고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