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코스피 5700선 후퇴, 환율 1500원 돌파 — 중동發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송민재

경제 담당 편집기자

·3·711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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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5700선 후퇴, 환율 1500원 돌파 — 중동發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3월 18일 코스피가 166.30포인트(2.81%) 급락하며 5,758.73에 마감했다. 삼성전자가 3.36%, SK하이닉스가 3.41% 하락했다. 19일에는 소폭 반등해 5,701.58(+2.73%)로 마감했지만, 3월 초 이후 누적 낙폭은 이미 상당하다. 3일에는 하루 만에 452포인트가 빠지며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한 바 있다.

원·달러 환율도 19일 장중 1,501.70원으로 시작했다. 17년 만에 1,500원대에 진입한 것이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왜 지금 빠지나 — 중동 전쟁 확전이 핵심

직접적 원인은 중동 전쟁의 확전이다. 이스라엘이 이란 최대 가스전인 사우스파스와 아살루예 천연가스 정제시설을 폭격했고, 이란이 카타르 가스 허브에 미사일로 보복하면서 에너지 인프라 전체가 위협받는 상황이다.

국제유가가 즉각 반응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07.38달러(+3.8%)로 치솟았고, WTI도 96.32달러를 기록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유가 상승은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유가가 오르면 무역수지가 악화된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이미 리터당 1,800원을 돌파했다.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지가 좁아지고, 이는 다시 내수 경기와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환율 1500원, 금융위기 이후 처음 — 무엇을 의미하나?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은 것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 3월 4일 야간거래에서 1,506.1원을 찍으며 심리적 저항선을 처음 뚫었다. 전날 주간 종가(1,466.1원) 대비 19.6원이 급등한 것이다.

환율 상승의 배경은 복합적이다.

중동 리스크로 달러가 안전자산으로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코스피에서 외국인이 대규모 매도에 나서면서 외화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리스크오프(risk-off) 심리가 '셀 코리아'로 이어지는 구조다. 미국 사모대출 펀드에서도 자금 이탈 조짐이 보인다.

실물경제 영향은 이미 시작됐다. 수출 기업은 환율 상승으로 단기적으로는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지만, 원자재 수입 비용 증가분이 이를 상쇄하고 있다. 수입 물가 상승은 소비자 물가로 전이되며, 내수 소비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중동 전쟁이 장기화되고 유가가 추가 상승하면 환율이 1,550원까지 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과거 최고점은 2009년 금융위기 당시 약 1,600원 근처였다.

파월 의장까지 매파적 — 금리 인하 기대는 사라졌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도 시장을 눌렀다.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재점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시장 기대를 후퇴시킨 것이다.

금리 인하가 지연되면 한국은행도 움직이기 어렵다. 한미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 자본 유출 압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기준금리는 2.75%로, 미국 연방기금금리(5.25~5.50%)와 약 2.5~2.75%포인트 차이가 난다. 한국이 먼저 금리를 내리면 환율 상승 압력이 더 강해질 수 있다.

스태그플레이션 —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오는 상황 — 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퍼지고 있다. 유가 상승은 물가를 밀어올리고, 고금리와 환율 불안은 경기를 억누른다.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가장 뚜렷한 스태그플레이션 시그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외국인 매도세, 얼마나 심각한가?

외국인 투자자의 '셀 코리아'가 가속화되고 있다.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3월 들어 누적 순매도 규모가 수조 원에 달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대형주가 집중 매도 대상이다.

반도체 업종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중동 리스크로 인한 글로벌 위험자산 회피 심리에 더해, AI 투자 사이클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까지 겹쳤다. 엔비디아 주가가 미국에서 조정을 받으면서, 한국 반도체주에 대한 밸류에이션 재평가 압력이 강해지고 있다.

다만 반대 시각도 있다. 환율이 1,500원대라는 것은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 자산이 그만큼 싸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동 리스크가 완화되면 저가 매수 수요가 빠르게 유입될 수 있다. 2022년 금리 급등기에도 외국인은 환율 1,400원대에서 한국 주식을 대거 매수한 바 있다.

투자자라면 지금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시장의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은 국면이다. 중동 전쟁의 향방, 유가의 추가 상승 여부, 파월의 다음 발언 — 어느 하나도 예측하기 어렵다.

단기적으로는 방어적 포지션이 유리하다는 것이 증권가의 중론이다. 에너지·방산 관련주는 유가 상승과 지정학 리스크의 수혜를 받고 있고, 반대로 항공·여행·화학 등 유가 민감 업종은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환율 헤지도 점검이 필요하다. 달러 자산을 보유한 투자자는 당분간 유리한 환경이지만, 원화 자산 중심 포트폴리오라면 환율 변동성이 실질 수익률을 크게 좌우할 수 있다. 코스피가 5,700선 아래로 밀릴 경우, 기술적으로 5,500선까지 추가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급 경로는?

중동발 충격이 한국 경제를 흔드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에너지 수입 비용 급증이다. 한국의 원유 수입 의존도는 거의 100%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상황이 지속되면, 연간 에너지 수입액이 수십조 원 늘어난다. 이는 무역수지 적자로 직결되고, 원화 약세를 더 부추기는 악순환 구조다.

둘째, 물가 상승 압력이다. 국내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800원을 넘어선 데 이어, 경유·등유 가격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운송비 증가는 식료품을 포함한 전반적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재진입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셋째, 금리 인하 지연이다. 물가가 다시 오르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내리기 어렵다. 고금리가 장기화되면 가계부채 이자 부담이 늘고, 부동산 시장과 내수 소비가 동시에 위축된다. 이미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상승세인 상황에서, 금리 인하 지연은 한계 차주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결국 중동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한국 경제는 고유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3고(高)' 국면에 갇힐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와 달리 이번에는 외부 지정학 리스크가 원인이라, 한국 정부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더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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