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가 이란 접경지대의 주요 에너지 인프라 가동 중단을 이유로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다. 글로벌 원유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최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98달러 선 부근으로 급등하며 100달러 선을 위협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산유국의 불가항력 선언은 기상 이변이나 국지적 사고에 따른 일시적 조치로 해석된다. 시장의 초기 반응 역시 단기적인 공급 차질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상존하는 변수이며, 글로벌 원유 재고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근거로 작용했다.
하지만 단 하루 만에 유가가 급등하고 달러-원 환율이 1,500원 선 이상으로 치솟은 현상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님을 시사한다. 이라크 이란 접경지는 중동 내에서도 핵심 송유관과 가스전이 밀집된 전략적 요충지다. 이 지역의 인프라 마비가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라크 이란 접경지 위치, 왜 글로벌 유가를 흔들까?
이라크와 이란이 맞닿은 국경 지대는 양국의 핵심 유전 지대이자 수출 거점이다. 이번 불가항력 선언의 진앙지가 된 접경 지역은 이라크 남부 바스라 지역과 이란 남서부 후제스탄을 잇는 주요 송유관 네트워크의 심장부에 해당한다. 지리적 위치 특성상 이 지역의 시설 가동이 중단되면 페르시아만을 통한 원유 수출 물량 전체에 병목 현상이 발생한다.
단순한 시설 고장이 아니라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글로벌 투자은행들과 에너지 전문가들은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이라크 남부 접경지의 조업 중단이 2주 이상 지속될 경우, 글로벌 원유 시장에서 상당한 공급 공백이 발생할 수 있으며 WTI 100달러 돌파 가능성이 경고되고 있다. 또한 공급망 병목 현상과 중동 리스크 프리미엄이 결합되며 유가 상방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과거 이라크 이란 전쟁의 데자뷔인가?
시장의 불안을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은 양국 간의 구조적 관계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재난이나 기술적 결함이 아닌, 정치·군사적 마찰의 결과물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과거 1980년대 이라크 이란 전쟁 당시에도 국경 지대의 유전 시설 파괴가 글로벌 오일 쇼크를 촉발한 바 있다. 이라크 정부는 구체적인 불가항력 발동 사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으며, 이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핵심 요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