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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불가항력 선언, 유가 98달러 돌파…코스피 영향은?

송민재

경제 담당 편집기자

·4·540단어
이라크국제유가코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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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가 이란 접경지대의 주요 에너지 인프라 가동 중단을 이유로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다. 글로벌 원유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최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98달러 선 부근으로 급등하며 100달러 선을 위협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산유국의 불가항력 선언은 기상 이변이나 국지적 사고에 따른 일시적 조치로 해석된다. 시장의 초기 반응 역시 단기적인 공급 차질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상존하는 변수이며, 글로벌 원유 재고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근거로 작용했다.

하지만 단 하루 만에 유가가 급등하고 달러-원 환율이 1,500원 선 이상으로 치솟은 현상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님을 시사한다. 이라크 이란 접경지는 중동 내에서도 핵심 송유관과 가스전이 밀집된 전략적 요충지다. 이 지역의 인프라 마비가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라크 이란 접경지 위치, 왜 글로벌 유가를 흔들까?

이라크와 이란이 맞닿은 국경 지대는 양국의 핵심 유전 지대이자 수출 거점이다. 이번 불가항력 선언의 진앙지가 된 접경 지역은 이라크 남부 바스라 지역과 이란 남서부 후제스탄을 잇는 주요 송유관 네트워크의 심장부에 해당한다. 지리적 위치 특성상 이 지역의 시설 가동이 중단되면 페르시아만을 통한 원유 수출 물량 전체에 병목 현상이 발생한다.

단순한 시설 고장이 아니라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글로벌 투자은행들과 에너지 전문가들은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이라크 남부 접경지의 조업 중단이 2주 이상 지속될 경우, 글로벌 원유 시장에서 상당한 공급 공백이 발생할 수 있으며 WTI 100달러 돌파 가능성이 경고되고 있다. 또한 공급망 병목 현상과 중동 리스크 프리미엄이 결합되며 유가 상방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과거 이라크 이란 전쟁의 데자뷔인가?

시장의 불안을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은 양국 간의 구조적 관계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재난이나 기술적 결함이 아닌, 정치·군사적 마찰의 결과물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과거 1980년대 이라크 이란 전쟁 당시에도 국경 지대의 유전 시설 파괴가 글로벌 오일 쇼크를 촉발한 바 있다. 이라크 정부는 구체적인 불가항력 발동 사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으며, 이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핵심 요인이다.

물론 이번 사태가 글로벌 원유 펀더멘털을 완전히 뒤집지는 못할 것이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미국을 비롯한 비OPEC 산유국들의 증산 여력이 충분하고,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원유 수요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다는 점이 그 근거다. 실제로 글로벌 주요 지수들은 하락 마감하며 거시 경제의 수요 둔화 우려를 반영했다.

그러나 WTI 유가 98달러라는 수치는 현재 시장이 수요 둔화보다 공급 차질 리스크를 더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급 공백을 메우기 위한 비OPEC 국가들의 증산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소요되며, 당장의 수급 불균형은 피하기 어렵다. 흥미로운 점은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하락한 반면, 비트코인 등 대체 자산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시장의 자금이 안전자산 도피보다는 에너지 섹터 등 인플레이션 헷지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에너지 시장의 자본 이동과 시사점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원유 선물 매수 포지션을 늘리는 동시에, 에너지 관련 기업의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유가상승에 취약한 항공, 해운 등 운송 섹터에서는 자본 이탈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이러한 분석의 적중 여부는 향후 발표될 이라크 석유부의 수출 재개 일정과 미국의 주간 원유 재고 지표를 통해 확인될 것이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현실은 냉혹하다. 유가 급등은 수입 물가를 밀어 올리고, 이는 무역수지 악화와 환율 상승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달러-원 환율이 1,500원 선을 돌파한 것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용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가와 환율의 동반 상승은 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내수 회복을 지연시키는 치명적인 조합이다.

국내 증시는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코스피가 상승 마감한 것은 정유, 조선 등 고유가 수혜주들의 강세가 지수를 방어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환율 1,500원 시대의 고착화와 인플레이션 압력 재점화는 외국인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라크와 이란 접경지에서 시작된 나비효과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는 만큼, 거시 지표 변화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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