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쏴서 죽여달라" 흉기 난동…현실이 된 스릴러, 대중은 왜 분노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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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탄 쏴서 죽여달라" 흉기 난동…현실이 된 스릴러, 대중은 왜 분노하는가?

강희주

연예·문화 담당 편집기자

·4·417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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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아이돌 출신 한 배우가 최근 자신의 SNS에 스토킹 피해 여성을 흉기로 위협하는 사건 영상을 공유하며 "영화보다 더 잔혹한 현실에 말문이 막힌다. 피해자의 고통을 감히 헤아릴 수조차 없다"는 코멘트를 남겨 화제가 됐다.

최근 방송된 SBS 뉴스에서는 경남 사천 지역에서 한 남성이 스토킹하던 여성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인질극을 벌이다 경찰과 극한의 대치를 이어가는 장면이 중계됐다. 영상 속 가해자는 아파트 계단에서 양손에 흉기를 쥔 채 경찰의 거듭된 투항 권고를 무시하고 극렬히 저항했다. 이 적나라한 상황은 마치 느와르 영화나 하드보일드 액션 장르의 한 장면을 방불케 했다. 영화관의 대형 스크린이 아닌 우리가 매일 오가는 평범한 일상의 공간에서 벌어진 현실이라는 점은 대중에게 깊은 트라우마와 충격을 안겼다.

왜 영화보다 현실의 범죄가 더 잔혹하게 느껴질까?

이처럼 끔찍한 강력 범죄가 연일 사회면을 장식하면서, 대중의 문화 콘텐츠 소비 패턴에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통상적으로 대중문화계에서는 현실이 팍팍하고 경제적으로 불안할수록 가벼운 코미디나 달콤한 로맨스 장르가 강세를 보인다는 것이 오랜 정설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트렌드는 이 같은 통설에 균열을 내고 있다. 오히려 현실의 불안과 억눌린 분노를 투영하듯, 끔찍한 범죄 실화를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나 '더 글로리', '모범택시'처럼 사법 체계를 대신해 사적 제재를 가하는 다크 히어로 복수극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대중은 콘텐츠 속에서나마 악이 철저하게 처단되는 확실한 '권선징악'의 카타르시스를 갈구하고 있는 셈이다.

범죄 스릴러의 진화, 영화 vs 드라마 대중의 선택은?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영상 콘텐츠 플랫폼 간의 주도권 경쟁도 한층 치열해졌다. 2시간 남짓한 압축적인 러닝타임 동안 폭발적인 아드레날린과 몰입감을 선사하는 스릴러 영화와, 10부작 이상의 긴 호흡으로 범죄자의 일그러진 심리와 피해자의 고통스러운 서사를 치밀하게 파고드는 드라마 사이에서 영화 vs 드라마를 향한 대중의 선호도는 팽팽하게 엇갈린다.

일부 미디어 전문가들은 영상 매체가 범죄 수법을 지나치게 적나라하게 묘사할 경우, 이를 추종하는 모방 범죄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최근 대중문화계 현장의 분석은 다르다. 오히려 현실의 범죄 수법과 흉악성이 영화적 상상력을 훌쩍 뛰어넘는 잔혹한 수준에 이르면서, 웰메이드 범죄 콘텐츠가 대중에게 범죄 예방에 대한 강력한 경각심을 심어주는 순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내 제작사들은 탄탄한 실화와 사회 고발적 메시지를 모티브로 한 로컬 범죄 스릴러물 제작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자극의 인플레이션, 딜레마에 빠진 콘텐츠 시장

물론 이 같은 장르의 득세에 대한 강력한 반박도 존재한다. 지나치게 자극적인 '사이다' 전개와 화면을 붉게 물들이는 핏빛 폭력성에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청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흉기 난동과 같은 끔찍한 현실의 비극을 단지 팝콘 무비의 오락거리로 가볍게 소비하게 만든다는 윤리적 비판은 창작자들이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다.

현실의 뼈아픈 부조리와 사법 체계의 한계를 꼬집는 웰메이드 범죐 스릴러에 대한 대중의 갈증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탄 쏴서 날 죽여달라"며 광기를 부리던 현실 속 흉기 난동범의 모습은 그 어떤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 속 악당보다 섬뜩하고 공포스러웠다. 향후 범죄 스릴러 장르가 가상의 세계와 현실의 거울 역할을 얼마나 충실하고 윤리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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