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여·목·성 토허구역 1년 연장… '현금 부자'만 웃는 역설

정상열

부동산 담당 편집기자

·3·524단어
재건축재개발토지거래허가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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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압구정 아파트지구, 여의도 아파트지구, 목동 택지개발지구, 성수 전략정비구역 등 이른바 '압·여·목·성'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2027년 4월까지 1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는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이들 4개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안건을 원안 가결했다. 이로써 해당 지역은 2021년 최초 지정 이후 6년 연속 규제의 사정권에 머물게 됐다.

시장의 일반적인 인식은 명확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 실거주 목적의 매수만 허용되므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가 원천 차단된다. 정부와 서울시는 이를 통해 투기 수요의 유입을 막고, 핵심지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가격 급등을 억제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실제로 규제 지정 직후 해당 지역의 거래량은 눈에 띄게 감소하며 외형적인 안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시장 내부의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통설을 뒤흔드는 균열이 감지된다. 거래량은 줄었지만, 거래가 성사될 때마다 평당 가격은 치솟고 있다. 강력한 진입 장벽이 오히려 해당 입지의 희소성을 부각시키며, 자산가들 사이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고착화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재건축 재개발 차이, 토허구역 연장이 낳은 나비효과는?

정비사업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도로나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이 양호한 곳에서 아파트만 새로 짓는 것이 재건축이라면, 기반시설 자체가 열악해 동네 전체를 갈아엎는 것이 재개발이다. 이번에 연장된 지역 중 압구정, 여의도, 목동은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이며, 성수는 서울의 핵심 재개발 구역이다. 사업의 성격은 다르지만, 이들 모두 서울 한강변과 핵심 도심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입지를 공유한다.

토허구역 연장이 낳은 가장 큰 부작용은 시장의 양극화다. 2026년 현재 부동산 시장은 강력한 대출 규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제도가 전면 시행되면서 실수요자들의 자금 조달 창구는 크게 좁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 보증금이라는 사적 레버리지마저 활용할 수 없는 토허구역 진입은 사실상 수십억 원의 현금을 쥐고 있는 초고액 자산가에게만 허락된 특권이 됐다.

거시경제의 불안정성도 자산가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2일 기준 코스피 지수는 5,247.70(-4.3%)으로 급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1,510.5원을 돌파하며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극에 달했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향방마저 불확실한 가운데, 시중 부동자금은 리스크를 피해 가장 안전한 실물 자산인 서울 핵심지 신축(예정) 아파트로 몰려들고 있다. 갭투자가 막힌 탓에 거래 건수는 통계청 집계 기준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압구정 전용 84㎡ 실거래가는 오히려 3.3㎡당 1억 5천만 원을 훌쩍 넘어서며 신고가를 갈아치우는 중이다.

재개발 vs 재건축, 겹규제 속 지금 진입해도 될까?

물론 서울시의 규제 연장 논리에도 강력한 근거는 있다. 정비사업의 특성상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로 이어지는 재건축 재개발 절차를 밟을 때마다 가격이 계단식으로 뛴다. 현재 압구정 3구역을 비롯한 주요 단지들이 건축심의와 사업시행인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만약 지금 토허구역을 해제한다면, 억눌려 있던 투기 자금이 일거에 쏟아져 들어와 걷잡을 수 없는 집값 폭등을 야기할 것이라는 게 서울시의 가장 강한 반박이다.

이러한 분석의 적중 여부는 올 하반기 서울시 도시계획포털을 통해 고시될 주요 단지들의 사업시행인가 시점을 전후로 확인할 수 있다. 인허가라는 확실한 호재가 가시화될 때, 토허구역이라는 규제가 가격 상승의 압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미 발 빠른 투자자들은 규제의 빈틈을 파고들어 움직이고 있다. 토허구역 지정에서 빗겨난 서초구 반포동과 잠원동 일대로 '풍선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갭투자가 가능한 이들 지역의 한강변 단지들은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호가가 매주 수천만 원씩 뛰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규제가 특정 지역의 가격을 누르는 대신, 주변 지역의 키 맞추기 상승을 유도하는 부작용이 현실화된 셈이다.

실수요자와 예비 청약자들은 시장의 이러한 구조적 모순을 냉정하게 읽어내야 한다. 정부의 규제가 집값을 안정시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매수 타이밍을 미루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도심 핵심지의 공급 부족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고,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금리 기조가 맞물려 신규 분양가(전용 84㎡ 기준)는 끝없이 치솟고 있다. 자금 여력이 부족하다면 토허구역 내 낡은 아파트를 고집하기보다는, 재건축 재개발 단계 초기 진입이나 수도권 핵심 요지의 청약으로 눈을 돌리는 전략적 유연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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