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사철이 한창이지만 예비 청약자와 실수요자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정부가 가계부채 폭증을 막기 위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강력한 대출 조이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대출 창구마다 산더미 같은 주담대 대출 상담 서류를 챙겨 온 이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과거 같으면 수도권 부동산 규제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지방 주택 시장이 활기를 띠었겠지만, 지금은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옥죄었는데 오히려 지방 부동산 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울상을 짓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줄어든 주담대 대출 한도, 왜 지방이 더 타격받을까?
통상적으로 부동산 시장에서는 서울과 수도권의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 그 수요가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대도시로 분산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난다고 믿어왔다. 과거 여러 차례의 부동산 규제 사이클에서 서울을 누르면 경기 남부가 오르고, 수도권을 누르면 지방 광역시가 오르는 패턴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시장 흐름은 이 같은 통설을 완전히 뒤집는다.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전면 적용하면서 수도권 아파트 매수자의 대출 한도가 수천만 원씩 깎이자, 수요자들은 오히려 '똘똘한 한 채'에 자본을 집중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정된 자금으로 여러 채를 보유하기보다, 자산 가치 방어가 확실한 수도권 핵심지 아파트를 선택하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의 가계대출 동향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다소 둔화됐으나 지방 소재 주택 처분 건수는 오히려 급증했다. 실수요자들이 주담대 대출 계산기를 두드려본 결과, 줄어든 한도를 메우기 위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지방 아파트를 먼저 급매로 처분하고 수도권 상급지로 갈아타기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출이 막히자 지방의 유동성이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는 역류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높아지는 주담대 대출금리, 풍선효과는 옛말?
이러한 양극화는 분양 및 청약 시장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현대건설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공급하는 '디에이치 방배 에듀'(총 1,250가구 중 일반분양 450가구, 4호선 이수역 초역세권)는 3.3㎡당 6,500만 원이라는 높은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특별공급에 수만 명의 예비 청약자가 몰렸다. 전용 84㎡ 기준 20억 원을 훌쩍 넘는 금액이지만, 주담대 대출 한도 축소에 불안감을 느낀 수요자들이 현금을 끌어모아 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지방의 대어급 단지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GS건설이 부산 수영구에 짓는 '수영 자이 더 테라스'(총 1,050가구 중 일반분양 820가구, 광안리 해수욕장 인접)는 3.3㎡당 2,400만 원 수준의 합리적인 분양가로 승부수를 띄웠으나, 초기 계약률이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시중 주담대 대출금리가 여전히 4%대 중반에 머물고 있는 점도 지방 실수요자들의 매수 심리를 꺾는 요인이다.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향후 시세 차익이 불확실한 지방 아파트에 청약 통장을 쓰기를 꺼리는 것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지방 부동산의 침체가 단순한 대출 규제 탓만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누적된 미분양 물량과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문제가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이동 통계를 보면,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의 청년층 인구 순유출은 매년 가속화되고 있다. 공급은 쏟아지는데 이를 받아줄 배후 수요 자체가 얇아지고 있다는 반박은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다. 매일경제 등 주요 언론에서도 지방 소멸 위기와 맞물린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