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이 하청 사용자 첫 인정…교섭 판도 완전히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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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이 하청 사용자 첫 인정…교섭 판도 완전히 바뀐다

송민재

경제 담당 편집기자

·4·573단어
하청교섭원청사용자노사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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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5,377.30(+2.7%)으로 사상 최고치 수준의 급등세를 보이며 시장이 환호하는 가운데, 국내 산업 현장에서는 기업의 장기적 비용 구조를 뒤흔들 수 있는 거대한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법원과 노동위원회가 처음으로 원청 기업을 하청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상대방, 즉 '사용자'로 인정하는 판단을 내리면서다. 그동안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를 거부해 온 원청의 오랜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원청 하청 교섭, 왜 지금 터졌나?

수십 년간 국내 노동법 체계에서 단체교섭의 의무를 지는 사용자는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자'로 엄격히 제한됐다. 하청 노동자가 임금 인상이나 노동 조건 개선을 요구하려면 자신들을 고용한 하청업체 대표와 교섭해야 했다. 하지만 하청업체는 원청이 지급하는 기성금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처우 개선 능력이 없다는 지적이 노동계를 중심으로 끊이지 않았다.

이번 판정은 하청 노동자의 근로 조건에 대해 원청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결정권'을 행사한다면, 직접 계약 관계가 없더라도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봐야 한다는 논리에 기반한다. 사실상 이른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의 핵심 쟁점 중 하나였던 사용자 범위 확대가 사법적·행정적 해석을 통해 산업 현장에 선제적으로 적용된 셈이다. 입법 갈등이 지속되는 와중에 법리적 해석이 먼저 변화의 방아쇠를 당겼다.

하청 노조 교섭 요구 봇물, 산업계 파장은?

판결 직후 노동계는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주요 산별노조 산하 하청 지회들은 일제히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사내하도급 비율이 높은 제조업과 택배, 물류 등 플랫폼 기반 산업이 1차 타격권에 들어간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6년 기준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 노동자 수는 약 200만 명을 상회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하청 교섭 요구'에 나설 경우, 원청 기업은 수십 개에서 많게는 수백 개에 달하는 하청 노조와 개별적으로 교섭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재계는 이를 두고 경영권의 본질적 침해이자 산업 생태계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거시경제 지표의 악화가 기업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512.6원까지 치솟으며 수출 기업의 원가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WTI유마저 배럴당 111.54달러(+6.5%)로 급등해 제조업계의 이중고가 현실화됐다. 여기에 노무 리스크 확대로 인한 불확실성까지 겹치면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기업투자심리 지표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하청 교섭 창구 단일화, 험난한 과제 될까?

가장 심각한 현실적 문제는 교섭 절차의 혼란이다. 현행 노조법은 하나의 사업장에 복수의 노조가 있을 경우 교섭 창구를 단일화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원청과 여러 하청업체 노조가 뒤섞인 상황에서 '하청 노조 교섭 창구 단일화'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법적 기준은 사실상 전무하다.

원청 소속 정규직 노조와 다수의 하청 노조가 각각 교섭을 요구할 때, 이들을 하나의 단위로 묶어 창구를 단일화해야 하는지, 아니면 하청업체별로 별도의 교섭 단위를 인정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만약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가 지연되거나 무산될 경우, 각 하청 노조가 개별적으로 파업 등 쟁의행위에 돌입할 합법적 권리를 얻게 된다. 이는 원청 공장 전체의 조업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리스크다. 한국경제 등 주요 경제 매체들도 일제히 교섭 절차의 법적 공백을 지적하며 정부의 신속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직고용·자회사 전환 속도 내는 기업들

발 빠른 기업들은 이미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원청이 수많은 하청 노조와 일일이 직접 교섭해야 하는 불확실성을 안고 가느니, 차라리 하청 인력을 자회사로 흡수하거나 단계적 직고용을 추진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대형 유통업체와 IT 기업들은 물류 및 콜센터 하청 인력을 100%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노무 리스크 차단에 돌입했다.

다만, 대규모 제조업의 경우 경기 변동에 따른 생산 유연성 확보 차원에서 사내하도급 구조를 일거에 포기하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대법원의 최종 확정판결이 나올 때까지 산업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내다본다. 향후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 건수와 이에 따른 노동위원회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인용률이 이 변화의 실제 파급력을 가늠할 핵심 지표가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태는 비용 절감을 위해 하청 구조에 의존해 온 한국 산업계의 오랜 관행에 근본적인 청구서를 내밀고 있다. 원청의 책임이 강화되는 글로벌 ESG 트렌드와 맞물려, 기업들은 협력사와의 관계 설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변곡점에 섰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역시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후속 대책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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