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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에서 에이스로, KBO 마운드 폭격하는 잭 쿠싱의 승부수

안다혜

스포츠 담당 편집기자

·4·573단어
잭쿠싱KBO리그외국인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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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을 앞두고 누구도 그를 1선발로 꼽지 않았다.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도, 압도적인 강속구를 자랑하는 유망주 출신도 아니었다. 그러나 2026년 4월 4일 현재, KBO 리그 마운드에서 가장 뜨거운 이름은 단연 잭 쿠싱이다. 벼랑 끝에 몰렸던 팀의 마운드를 단숨에 재건하며 시즌 초반 돌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쿠싱은 지난달 열린 개막 시리즈부터 압도적인 피칭을 선보이며 야구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두 번의 선발 등판에서 14이닝 11탈삼진 2실점, 평균자책점 1.29라는 짠물 투구를 펼쳤다. 타석에 선 타자들은 그의 묵직한 직구와 예리하게 떨어지는 커브에 연신 헛스윙을 돌렸다.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던 무명 투수가 한국 무대에서 화려한 비상을 시작한 것이다.

KBO 외국인 야구 선수 순위, 잭 쿠싱은 어디쯤?

매년 봄이 되면 야구팬들은 새로운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을 저울질하느라 바쁘다. 팬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외국인 KBO 리그 에이스 서열'을 매기는 것이 유행이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현재 지표만 놓고 보면 쿠싱은 리그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기존 리그를 호령하던 최고 수준의 외국인 투수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탈삼진 능력을 뽐내고 있다. 피안타율은 0.185에 불과하며,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0.86으로 완벽에 가깝다. 주자가 출루한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멘탈은 현장 스카우트들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연합뉴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타 구단 전력분석원들은 쿠싱의 투구 폼에서 타이밍을 뺏는 특유의 디셉션(숨김 동작)을 가장 큰 무기로 꼽았다.

생존을 위한 12억 원의 승부수

쿠싱의 한국행은 철저히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 1996년생인 그는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주로 더블A와 트리플A를 오가며 선발과 불펜을 전천후로 소화했지만, 빅리그의 벽은 높았다. 돌파구가 필요했던 시점, 아시아 무대로 시선을 돌렸고 KBO 구단의 영입 레이더에 포착됐다. 그가 받은 대우는 총액 80만 달러. 현재 환율(달러당 1,509.9원)을 적용하면 약 12억 790만 원 수준이다. 외국인 선수 샐러리캡을 고려할 때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이른바 '빅네임'에게 쥐여주는 100만 달러 꽉 찬 계약과는 거리가 있었다. 구단 입장에서도 일종의 모험이었다. 하지만 쿠싱은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성실한 훈련 태도와 빠른 적응력을 보이며 코칭스태프의 불안감을 지워나갔다.

낯선 야구 선수 이름 하나로 리그를 흔들다, 구위의 비결은?

팬들에게 잭 쿠싱이라는 이름은 낯설었다. 그러나 마운드 위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직관적이다. 그의 피칭을 숫자로 뜯어보면 왜 KBO 타자들이 고전하는지 명확해진다.
  • 평균 구속: 직구 평균 148km/h, 최고 152km/h로 리그 평균을 상회한다.
  • 회전수: 포심 패스트볼의 분당 회전수(RPM)가 2,450회에 달해 타자 입장에서는 공이 떠오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 결정구 비율: 2스트라이크 이후 커브 구사율이 35%로, 낙차 큰 궤적을 활용해 헛스윙을 유도한다.
  •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 68.5%로 공격적인 피칭의 정석을 보여준다.
이러한 데이터는 한국경제 등 주요 매체의 스포츠 통계 분석에서도 핵심으로 다뤄지고 있다. 특히 쿠싱의 커브는 스트라이크 존 상단에서 떨어지기 시작해 타자의 무릎 아래로 꽂히는 위력을 발휘하며, 리그 최고의 결정구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숨겨진 리스크, 여름을 버틸 수 있을까

완벽해 보이는 초반 행보지만, 현장에서는 냉정한 시각도 존재한다. 가장 큰 불안 요소는 체력이다. 쿠싱은 마이너리그 시절 한 시즌에 130이닝 이상을 소화해 본 경험이 드물다. KBO 리그의 1선발은 통상적으로 160이닝에서 180이닝을 책임져야 한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과 8월, 체력 저하로 인한 구위 하락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또한, KBO 타자들은 낯선 투수라도 두 세 번 상대하고 나면 끈질긴 커트와 데이터 분석으로 약점을 파고드는 데 능하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쿠싱의 커브 궤적이 눈에 익기 시작하면 타자들의 대처가 달라질 것"이라며 "결국 세 번째 구종인 체인지업의 완성도가 시즌 중반 이후의 성적을 좌우할 확률이 높다"고 짚었다.

12개월 전망: 에이스의 자격을 증명하라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쿠싱은 올 시즌 최소 13승 이상을 거둘 수 있는 페이스다. 만약 그가 체력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가을 야구 무대까지 마운드를 지킨다면, 내년 시즌 재계약은 물론 더 큰 무대로의 역수출 가능성도 열리게 된다. 과거 수많은 외국인 투수들이 KBO 무대를 밟았지만, 진정한 에이스로 기억되는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쿠싱은 이제 막 출사표를 던졌을 뿐이다. 2026년 시즌이 끝날 무렵, 그가 리그 최고의 투수로 우뚝 서 있을지, 아니면 타자들의 분석에 무릎을 꿇을지 야구팬들의 시선이 마운드로 향하고 있다. 낯선 이방인에서 팀의 운명을 짊어진 에이스로 거듭나기 위한 쿠싱의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 막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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