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12달러 돌파, 호르무즈 해협 봉쇄 현실화되나? 외교부 발언 속 숨은 경제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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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112달러 돌파, 호르무즈 해협 봉쇄 현실화되나? 외교부 발언 속 숨은 경제 리스크

송민재

경제 담당 편집기자

·5·726단어
호르무즈해협국제유가코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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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원유 공급의 대동맥이 흔들리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했다. 2026년 4월 5일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7.0% 급등한 112.0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상 물류의 목줄을 죄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이 극대화되고 있다. 같은 날 금 가격은 온스당 4,702.70달러(-0.1%)로 약보합세를 보였지만, 위험 회피 심리는 여전히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외교부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일본 선박 등의 상황과 관련해 "선박의 국적과 국가별 상황에 따라 위험도가 다르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이는 이란이 특정 국가와 연관된 선박을 선별적으로 통제하거나 나포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 선박이 처한 지정학적 환경은 미국이나 일본과는 상대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현실화되나?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호르무즈 해협 주변의 긴장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 해협은 오만과 이란 사이에 위치한 폭 39km의 좁은 수로로,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요충지다. 이란은 최근 이스라엘 및 서방 국가와의 갈등이 격화되자, 자국 영해 인근을 지나는 상선에 대한 검문검색을 대폭 강화했다.

시장에서는 단순한 위협을 넘어 실질적인 해협 봉쇄로 이어질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등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해협 통행이 일주일만 전면 중단되더라도 국제 유가가 단기적으로 배럴당 120달러를 가볍게 넘어설 것으로 분석한다. 물류 차질은 즉각적인 공급 부족으로 직결되며, 이는 2026년 글로벌 경제의 인플레이션 궤적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는 메가톤급 변수다.

호르무즈 해협 지도 위 엇갈린 각국의 셈법

외교부의 이번 발언은 호르무즈 해협 지도 위에서 각국이 처한 복잡한 외교적 셈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글로벌 해운 시장에서는 일본이나 미국, 유럽연합(EU) 소속 선박들이 이란과의 직접적인 정치적 마찰이나 군사적 대립으로 인해 집중적인 타깃이 되고 있다. 반면, 한국 선박은 상대적으로 유연한 취급을 받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이는 과거 한국과 이란 간의 원유 대금 동결 문제가 원만히 해결된 이후, 양국 간의 실무적 외교 채널이 일정 부분 정상 가동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글로벌 해운업계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중동 해역을 통과한 일본 국적 선박의 보험료 할증률은 한국 선박 대비 약 1.5배 높게 책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선박의 실소유주, 운항사 국적, 화물의 최종 도착지 등 세부적인 조건에 따라 위험 프리미엄이 철저하게 차별화되고 있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 갈등, 왜 한국 경제에 치명타인가?

한국 국적 선박이 당장의 직접적인 나포 타깃에서 비껴가 있다 하더라도, 거시경제 전반에 미치는 충격파는 결코 피할 수 없다. 가장 심각한 뇌관은 유가와 환율의 동반 상승이다. 2026년 4월 5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510.0원까지 치솟았고, 유로·원 환율은 1,740.7원, 엔·원 환율(100엔당)은 946.3원을 기록했다. 112달러를 넘어선 국제 유가와 1,500원대 원·달러 환율의 조합은 원유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막대한 비용 청구서로 돌아온다.

수입 물가 급등은 즉각적으로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인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신중하게 저울질하는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 폭등은 통화정책의 운신 폭을 극도로 제한한다. 한국경제 등 주요 경제 매체의 거시경제 분석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10% 상승할 때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약 0.2%포인트 높아지고 무역수지는 수십억 달러 악화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환율 방어를 위한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5,377.30으로 전 거래일 대비 2.7% 급등하며 강세를 보였다. 지수 5,300선 돌파라는 기록적인 수치 이면에는 정유, 조선, 해운 등 고유가 수혜가 예상되는 특정 섹터로 기관과 외국인의 자금이 강하게 쏠린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 코스닥 역시 1,063.75(+0.7%)로 상승 마감했으나, 에너지 관련 테마주 중심의 변동성 장세가 연출됐다. 반면, 항공이나 물류비 비중이 높은 제조업체들의 1분기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일제히 하향 조정되고 있다.

  • 에너지 의존도: 글로벌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
  • 유가 급등: WTI유 112.06달러 (전일 대비 7.0% 상승)
  • 환율 압박: 원·달러 환율 1,510.0원 (수입 물가 및 무역수지 부담 가중)
  • 증시 쏠림: 코스피 5,377.30 (+2.7%, 정유·해운주 쏠림 현상 심화)
  • 대체 자산: 비트코인 66,976달러 (투자자금 유입 지속)

공급망 다변화와 산업계의 컨틴전시 플랜

현장에서는 이미 비상경영 체제가 가동 중이다. 국내 대형 정유사들은 중동 원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산, 남미산 원유 도입 비중을 늘리는 등 공급망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 해운업계 내부자는 "만약 사태가 악화되어 우회 항로인 아프리카 희망봉 노선을 전면 이용하게 될 경우, 운항 일수가 최소 10일에서 14일 이상 늘어나고 운송비는 30% 이상 급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보도에서도 이러한 해상 물류비 상승이 결국 최종 소비재 가격 인상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글로벌 증시도 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 지수는 21,879.18(+0.2%), S&P500 지수는 6,582.69(+0.1%)로 강보합 마감했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FactSet)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내 에너지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는 상향 조정되고 있으나, 소비재 기업들은 운송 비용 증가 우려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 이란의 역내 영향력 과시와 서방의 경제 제재가 맞물리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은 2026년 하반기까지 글로벌 경제의 최대 뇌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 경제는 고환율과 고유가라는 이중고 속에서 수출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는 험난한 과제를 안게 됐다. 특정 국가의 선박이 당장 안전하다는 외교적 수사 이면에는, 에너지 공급망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거시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짙게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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