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의 살아있는 전설, '바람의 아들' 이종범이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 합류를 후회한다는 뜻밖의 속내를 털어놓았다. KBO리그 지도자로 다시 현장에 서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드러내면서 야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한 방송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종범은 "최강야구 합류를 후회한다. 하루빨리 KBO 현장 지도자로 돌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그의 이러한 발언은 방송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야구 현장에 대한 짙은 향수와 지도자로서의 미련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벼랑 끝 승부가 펼쳐지는 그라운드의 긴장감을 다시 느끼고 싶다는 본능적인 이끌림이다.
통상적으로 은퇴한 레전드 선수들에게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은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고 제2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진다. '최강야구' 역시 은퇴 선수들이 진지하게 경기에 임하는 모습을 통해 프로야구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며 침체된 야구 저변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많은 야구팬들은 이종범의 합류가 프로그램의 무게감을 더하고, 그의 천재적인 야구 센스를 다시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호했다.
하지만 현장을 향한 이종범의 갈증은 대중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예능 무대에서의 활약이 오히려 정통 KBO 지도자 커리어의 단절을 고착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방송에서의 친근하고 예능적인 이미지가 자칫 치열한 승부의 세계를 지휘해야 할 야구 감독이나 코치로서의 진중한 무게감을 희석시킬 수 있다는 뼈아픈 자각이다.
전설적인 이종범 KBO 기록, 현장 복귀의 밑거름 될까?
이종범이 남긴 발자취는 KBO리그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퍼포먼스 중 하나로 꼽힌다. 1993년 데뷔 첫해부터 한국시리즈 MVP를 거머쥐며 화려하게 등장한 그는, 이듬해인 1994년 단일 시즌 타율 0.393(499타수 196안타) 19홈런 77타점 84도루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남겼다. 이 기록은 30여 년이 지난 2026년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는 불멸의 이정표다. 이종범의 KBO 기록은 단순히 뛰어난 개인 성적을 넘어 한국 야구의 역동성과 스피드를 상징하는 강력한 지표다.
현장 복귀를 갈망하는 그의 배경에는 이러한 선수 시절의 화려한 경험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묵묵히 준비해 온 지도자로서의 철학이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은퇴 후 한화 이글스 주루코치를 시작으로 야구 해설위원을 거쳐, LG 트윈스 퓨처스 감독과 1군 작전코치 등을 역임하며 지도자 수업을 착실히 밟아왔다. 특히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와 미국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코치 연수를 받으며 한·미·일 야구의 선진 시스템을 모두 몸소 체감했다. 아들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진출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현대 야구의 최신 트렌드를 흡수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LG 트윈스 퓨처스 감독 시절, 그는 젊은 유망주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선수 개개인의 특성에 맞춘 맞춤형 타격 지도와 과감한 베이스러닝 주문은 당시 팀의 뎁스를 두텁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순히 이름값으로 승부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퓨처스리그의 흙바닥에서 땀 흘리며 후배들의 성장을 돕는 현장 밀착형 코치로서의 역량을 이미 증명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