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코인 유출' 막는다…780억 가상자산 관리 시스템 도입,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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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코인 유출' 막는다…780억 가상자산 관리 시스템 도입, 왜?

임새봄

IT·테크 담당 편집기자

·5·713단어
국세청가상자산암호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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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체납자로부터 압류한 가상자산을 통합 관리하는 780억 원 규모의 전용 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최근 불거진 국세청 직원의 압류 코인 횡령 사건이 강력한 도화선이 됐다. SBS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국세청 '코인 유출' 재발 방지를 위해 대규모 가상자산 관리 시스템을 전격 도입하기로 확정했다. 기존 수작업과 개별 보관에 의존하던 압류 자산 관리 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블록체인 기반의 추적 및 보관 인프라를 내재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국가 징수 기관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자체적인 크립토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시도다.

국세청 압류 코인 유출, 왜 발생했나?

과거 세무 당국은 고액 체납자의 은닉 재산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가상자산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압류한 가상자산을 보관하고 처분하는 과정은 철저히 아날로그 방식에 머물렀다. 담당 직원이 개별적으로 USB 형태의 하드웨어 지갑(콜드월렛)을 책상 서랍에 보관하거나, 민간 거래소에 임시 법인 계정을 개설해 자산을 예치하는 식이었다.

이러한 허술한 관리 체계는 결국 치명적인 내부 통제 실패로 이어졌다. 사안에 밝은 보안 업계 관계자는 "기존 시스템에서는 프라이빗 키(Private Key)에 접근할 수 있는 소수의 관리자가 마음만 먹으면 자산을 외부로 빼돌릴 수 있는 구조적 취약점이 존재했다"고 지적했다. 블록체인의 특성상 한 번 외부 지갑으로 전송된 자산은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사후 적발이 되더라도 피해 복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관리의 사각지대가 횡령이라는 최악의 결과물을 낳은 셈이다.

780억 투입 가상자산 관리 시스템, 핵심 기능은?

정부가 새롭게 도입하는 시스템은 가상자산의 압류, 보관, 매각, 국고 귀속 등 전 과정을 자동화하고 투명하게 원장에 기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핵심 기술은 다중 서명(Multi-Sig)과 분산 원장 기술의 도입이다. 단일 관리자가 임의로 자산을 이동시킬 수 없도록 최소 3명 이상의 승인자가 동시에 암호화 키를 입력해야만 출금이 가능하도록 설계된다.

수치로 보는 가상자산 시장과 징수 환경의 변화는 시스템 도입의 당위성을 명확히 뒷받침한다.

  • 비트코인 가격: 2026년 4월 10일 기준 비트코인은 7만 1,778달러(1억 651만 2,357원)를 기록 중이다. 자산 가치가 급등하면서 관리 부실로 인한 금전적 손실 리스크도 비례해 커졌다.
  • 환율 변동성: 원·달러 환율이 1,477.0원에 달하는 고환율 기조 속에서, 글로벌 유동성이 높은 가상자산은 체납자들의 주요 자산 도피처로 활용된다.
  • 투입 예산: 780억 원. 이는 공공기관의 단일 IT 보안 인프라 구축 예산으로는 역대급 규모다.
  • 거시 경제 대비: 코스피 지수가 5,858.87(+1.4%), 코스닥이 1,093.63(+1.6%)을 기록하며 전통 금융 시장이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조세 회피 목적의 가상자산 유입 자금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과 맞물린 인프라 고도화

이번 시스템 구축은 단순히 국세청 내부의 통제 강화를 넘어, 국가 전반의 규제 인프라를 정비하는 과정과 궤를 같이한다. 최근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시장의 투명성 요구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투자 심리를 나타내는 가상자산 공포탐욕지수 등 각종 지표가 시장 안정성을 가늠하는 척도로 널리 쓰이는 가운데, 공공 영역의 자산 관리 투명성 역시 엄격한 잣대를 요구받고 있다.

미국 국세청(IRS)의 경우 이미 수년 전부터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 같은 민간 블록체인 분석 솔루션을 적극 도입해 온체인(On-chain) 데이터 추적 역량을 극대화해 왔다. 반면 한국은 그동안 가상자산사업자(VASP)의 협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반쪽짜리 징수 체계에 머물렀다. 정부 시스템은 향후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의 데이터베이스와 전용 API를 통해 실시간으로 연동될 예정이다. 즉각적인 자산 동결과 추심이 가능해지며, 민간의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FDS)과 공공의 조세 징수망이 결합하는 실질적인 첫 사례가 된다.

시중 거래소 연동에 숨은 리스크

하지만 기술적 장벽과 보안 리스크는 여전히 뇌관으로 남아 있다. 780억 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지만, 수천 종에 달하는 알트코인과 수시로 하드포크(Hard Fork)가 일어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환경을 공공 시스템이 100% 실시간으로 지원하기는 물리적 한계가 뚜렷하다.

방대한 데이터 연동망은 해커들의 새로운 타깃이 될 수 있다. 공공망과 외부망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취약점(Vulnerability)을 노린 지능형 지속 위협(APT) 공격 가능성이다. 한 사이버 보안 전문가는 "국세청 통합 시스템이 외부 공격에 뚫릴 경우, 단순한 개인정보 유출을 넘어 국가가 압류한 막대한 규모의 자산이 한순간에 증발하는 단일 장애점(SPOF)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법적 권한의 한계도 지적된다. 국내 거래소에는 자료 제출을 강제할 수 있지만, 해외에 서버를 둔 글로벌 사업자나 개인 하드웨어 지갑(Unhosted Wallet)으로 자산을 쪼개서 빼돌리는 이른바 '믹싱(Mixing)' 수법에 대해서는 완벽한 추적이 어렵다. 국제 공조 없이는 실질적인 환수가 불가능하다는 구조적 약점이 존재한다.

가상자산 과세 본격화, 향후 12개월 전망은?

이번 국세청의 시스템 도입은 다가오는 가상자산 과세 전면 시행을 위한 강력한 사전 포석으로 풀이된다. 조세 형평성을 위해 가상자산 투자 수익에 대한 세금 부과가 의무화되는 시점에서, 과세 당국이 자산의 이동 경로를 투명하게 추적하고 체납을 강제 집행할 수 있는 디지털 무기를 확보하는 셈이다.

향후 12개월 동안 시스템 구축을 담당할 SI(시스템 통합) 사업자를 선정하고 시범 운영에 돌입하는 과정에서 국내 대형 IT 서비스 기업들의 치열한 수주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은행이 추진 중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인프라와의 연계 가능성도 열려 있다.

정부의 이번 대규모 투자는 단순한 내부 비리 방지책을 넘어, 가상자산을 제도권 금융의 틀 안에서 완벽하게 통제하겠다는 선언적 조치다. 연합뉴스 등 주요 매체 보도처럼, 세원 투명성 확보와 납세자 형평성 제고라는 핵심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쏠려 있다. 기술적 결함을 최소화하고 민간 사업자와의 매끄러운 데이터 협조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 성공의 핵심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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