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 평균 가격 30억 시대, 왜 70대 부부는 한숨 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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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아파트 평균 가격 30억 시대, 왜 70대 부부는 한숨 쉴까?

정상열

부동산 담당 편집기자

·5·776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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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 시공, 총 6702가구) 전용 84㎡에 거주하며 인근 이면도로에 꼬마빌딩 상가까지 보유한 70대 A씨 부부. 겉보기엔 남부러울 것 없는 수십억 원대 자산가다. 하지만 이들의 일상은 화려함과 거리가 멀다. 매월 통장에 찍히는 국민연금과 생활비는 150만 원 남짓에 불과하다. 최근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들처럼 굵직한 부동산을 쥐고도 일상적인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른바 '캐시 푸어(Cash Poor)' 고령층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강남 핵심 입지의 아파트와 상가를 동시에 보유했다면 노후 준비를 완벽하게 끝낸 상위 1%로 여겨진다. 수십 년간 이어진 우상향 부동산 신화 속에서, '똘똘한 한 채'와 '월세 나오는 상가'의 조합은 모든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꿈꾸는 궁극의 종착지로 통했다. 한국 가계 자산의 70~80%가 부동산에 쏠려 있는 구조적 특성상, 강남 부동산 소유는 곧 인생의 성공을 의미했다.

하지만 화려한 자산 규모 이면에는 심각한 유동성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핵심은 자산의 크기가 아니라 '현금흐름'의 부재다. 보유한 부동산의 평가액은 수백억 원에 달할지라도, 이를 유지하기 위해 지출해야 하는 세금과 준조세 부담이 월세 수입과 연금을 훌쩍 뛰어넘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강남 아파트 평균 가격 30억 시대, 왜 현금은 마를까?

현재 강남 3구의 주요 단지 전용 84㎡ 매매가는 3.3㎡당 1억 원을 오르내린다. 자산 가치는 역사적 고점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에 연동되는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부담은 은퇴자들의 목을 조르고 있다.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정책 변동에 따라 세금 고지서의 숫자는 매년 널뛰기를 반복하며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로 작용한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상가 시장의 침체가 뼈아프다. 고환율(원·달러 환율 1,482.8원)과 장기화된 고물가로 인한 내수 부진 여파로 강남권 상가 공실률마저 치솟고 있다. 월세 수입은 반토막이 났는데 상가 매입 시 일으켰던 대출 이자는 여전히 무겁게 짓누른다.

실제로 강남 핵심 상권의 1층 상가조차 임대료를 20% 이상 낮춰도 새 임차인을 찾지 못해 수개월째 비어있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자산은 비대한데 지갑은 텅 빈, 기형적인 재무 구조가 고착화된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총 4424가구)처럼 재건축을 추진 중인 노후 단지를 보유한 고령층의 경우, 수억 원에 달하는 재건축 분담금 압박까지 더해져 현금 가뭄은 더욱 극심해진다.

강남 아파트 시세 차익보다 무서운 건보료 폭탄?

은퇴자들을 가장 괴롭히는 복병은 단연 건강보험료다. 직장에서 은퇴해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순간, 보유한 부동산 공시가격이 고스란히 건보료 산정 기준에 편입된다. 강남 고가 아파트에 상가까지 보유한 경우 매월 납부해야 하는 건보료만 수십만 원에서 100만 원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소득은 끊겼는데 고정 지출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구조다.

이는 최근 금융시장 활황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2026년 04월 11일 기준 코스피 지수는 5,858.87을 돌파했고, 미국 S&P500 지수는 6,816.89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비트코인은 7만 2천 달러(약 1억 800만 원)를 넘어섰다. 미국 배당주나 ETF 등 금융자산을 보유한 이들은 안정적인 배당 수익과 높은 유동성을 누리며 필요할 때 언제든 자산을 현금화할 수 있다. 반면 부동산은 쪼개 팔 수 없는 철저한 비유동 자산이다. 결국 1년에 한 번 돌아오는 세금과 매월 청구되는 건보료를 내기 위해 식비와 병원비를 극단적으로 졸라매야 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팔고 수도권으로 가면 되지 않나"에 대한 치명적 오판

이러한 분석에 대해 "세금 낼 돈이 없으면 집과 상가를 팔고 경기도 외곽으로 다운사이징하면 되지 않느냐"는 강한 반박이 제기된다. 자산을 현금화해 생활비로 쓰면 된다는 논리다. 이론적으로는 지극히 타당한 지적이다. 하지만 현실 부동산 시장의 셈법은 훨씬 복잡하게 얽혀 있다.

가장 큰 장벽은 양도소득세다. 수십 년 전 매수한 강남 아파트와 상가의 경우 취득가액이 매우 낮아, 현재 시세로 매도 시 막대한 양도 차익이 발생한다.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최대한 적용받더라도 기본적으로 납부해야 할 세금의 절대액이 엄청나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변수까지 고려하면 "팔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탄식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게다가 상가의 경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과 맞물려 상업용 부동산 매수 심리가 꽁꽁 얼어붙어 있어 제값에 매수자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6월 1일 보유세 기산일 전후 매물 추이로 검증

이러한 고령 자산가들의 유동성 위기가 일시적이고 국지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거대한 구조적 트렌드인지는 다가오는 6월 1일 보유세 기산일을 전후로 명확히 검증될 것이다. 매년 6월 1일은 재산세와 종부세의 과세 기준일이다.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4~5월 사이 강남 3구에 이른바 '절세 급매물'이 유의미하게 증가한다면, 이는 현금흐름 압박을 견디지 못한 자산가들이 결국 시장에 항복 선언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업계 일각에서는 이미 대출 이자와 세금을 감당하지 못해 한계에 다다른 가구들이 시장에 조용히 매물을 내놓거나, 자녀 증여를 저울질하는 움직임이 뚜렷하게 포착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자산 축적에서 현금흐름으로… 3040 실수요자의 전략 수정

이미 기민한 은퇴자들은 생존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막대한 세금 부담을 털어내기 위해 자산 가치가 더 오르기 전 자녀에게 부동산을 사전 증여하거나, 고가 아파트를 담보로 매월 생활비를 받는 주택연금의 가입 요건을 확대해달라는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장부상의 거대한 자산을 지키는 것보다 당장의 노후 생존을 위한 '현금'이 더 시급해진 것이다.

이러한 70대 부부의 씁쓸한 한숨은 3040 예비 청약자와 실수요자들에게 묵직한 시사점을 던진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한도까지 끌어쓴 무리한 영끌 대출로 상급지 아파트 한 채에 전 재산을 올인하는 방식은, 은퇴 후 심각한 유동성 리스크를 부르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통계청 자료에 나타나는 초고령사회 진입 속도를 감안할 때, 환금성이 떨어지는 부동산이라는 단일 자산에 묶인 부(富)는 더 이상 무조건적인 노후 보증수표가 아니다.

자산의 총량보다 매월 흔들림 없이 창출되는 '현금흐름'의 크기가 진짜 부자의 기준이 되는 시대다. 맹목적인 강남 진입이나 수익률이 불투명한 상가 투자에 앞서, 은퇴 후의 징벌적 세금과 유지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안정적인 현금 창출 파이프라인이 구축되어 있는지 냉정하게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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