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코스피 5,858.87을 돌파하고 나스닥이 22,900선을 넘어서며 글로벌 자산 시장 전반에 온기가 돌고 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1,482.5원까지 치솟는 등 불안정한 거시경제 지표 속에서 부동산 시장은 철저히 억눌려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고금리 장기화와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맞물리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은 극심한 거래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자금력이 풍부한 현금 부자들만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간간이 매입할 뿐, 대출 의존도가 높은 비강남권 아파트는 빙하기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올해 초까지만 해도 매수 심리는 바닥을 기었고, 매도자들은 호가를 낮추지 않은 채 버티기에 돌입해 시장은 팽팽한 교착 상태를 유지했다.
그러나 최근 시장 기저에서는 이 같은 통설을 뒤흔드는 뚜렷한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 보도된 실거래가 데이터에 따르면, 거래 멸종이라는 세간의 평가와 달리 서울 비강남권 아파트 거래량이 조용하지만 가파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에 가려져 있던 중저가 단지들이 시장의 새로운 주도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아파트 거래량 조회해보니…왜 비강남만 늘었나?
이러한 현상을 촉발한 핵심 트리거는 코앞으로 다가온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조치의 만료다. 정부는 오는 2026년 5월 9일로 예정된 유예 기간을 앞두고 추가 연장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으나, 다주택자들은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선제적인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섰다. 이들은 시세차익이 크고 향후 자산 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강남권 매물을 보유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처분이 쉽고 가격 상승 여력이 제한적인 비강남권 매물을 우선적으로 시장에 던지고 있다.
양도세 중과가 재개될 경우,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30%포인트의 중과세율이 더해져 최고 75%의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 지방소득세까지 합치면 실효세율은 82.5%에 달한다. 매도 차익의 대부분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5월 9일 이전 잔금 청산 조건으로 수천만 원을 깎아주는 초급매가 비강남권에서 속출하는 이유다.
올해 3월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전체 거래 건수 중 15억 원 이하 단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85%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약 32% 급증한 수치다. 과거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움직이던 손바뀜 현상이 노도강(노원·도봉·강북)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 등 외곽 지역으로 급격히 이동했다. 다주택자가 시세 대비 5~10% 이상 저렴하게 내놓은 전용 84㎡ 기준 9억~12억 원대 급매물을 양도소득세 부담이 없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빠르게 소화하고 있는 형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