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파업, 왜 균열이 발생했나?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사측과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노조 내부에서 걷잡을 수 없는 균열이 발생하며 '노노(勞勞)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 구성원들이 주축이 된 '삼성전자노조동행(동행노조)'이 공동교섭단에서 전격 이탈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현재 코스피가 6,936.99(+5.1%)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 경신 랠리를 이어가고, 나스닥 역시 25,114.44(+0.9%)로 글로벌 기술주 호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내 시가총액 1위 기업의 내부 노사 갈등은 시장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동행노조는 이날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초기업노조)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에 '2026년 임금교섭 공동교섭단 종료의 건'이라는 공문을 발송하고 공동투쟁본부에서 공식적으로 탈퇴했다.
동행노조는 공문을 통해 그간 누적된 불만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이들은 "특정 분야의 조합원이 아닌 전체 조합원 권익을 위한 안건 발의와 요청을 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응답이 없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이어 "과거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우리 노조를 향한 지속적인 공격과 비하 사례가 지속되고, 심지어 '어용 노조'라는 악의적 표현도 서슴지 않고 있다"며 상호 신뢰가 완전히 훼손되었음을 탈퇴의 결정적 사유로 명시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5개 노조가 활동하는 복수 노조 체제다. 이 중 초기업노조와 전삼노, 동행노조가 공동교섭단을 꾸려 사측과 2026년 임금협상을 벌여왔다. 특히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는 조합원 수 7만 4,000명을 넘기며 창사 이래 최초로 과반 노조 지위를 확보한 상태였다. 협상이 최종 결렬되자 이들은 공동투쟁본부 체제로 전환하며 대규모 총파업을 예고했으나, 이번 동행노조의 이탈로 단일대오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
삼성전자 노조 탈퇴 러시, 2500명 이탈의 의미는?
동행노조의 이탈은 단순한 지도부 간의 마찰이나 이념적 대립이 아니다. 기저에는 비(非)반도체 부문 직원들의 누적된 불만과 구조적인 소외감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최근 열흘 사이 사내 익명 게시판과 노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노조 탈퇴 행렬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총궐기대회 이후 이달 2일까지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에서 탈퇴 신청을 한 인원은 2,500명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평소 하루 100건 미만이던 탈퇴 요청은 지난달 28일 500건을 넘어서더니, 29일에는 하루에만 1,100건 이상의 탈퇴 신청이 쏟아지며 이탈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탈퇴를 요청한 조합원의 절대다수는 스마트폰, TV, 가전 등을 담당하는 DX 부문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집단 이탈의 핵심 원인은 노조의 요구안이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만 철저히 편중되어 있다는 박탈감 때문이다. 노조는 사측에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지급'과 '성과급 상한선 폐지' 등을 최우선 교섭 안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부별 실적 격차가 극심한 현재 상황에서, 이러한 요구가 관철되더라도 DX 부문 직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적 보상은 극히 미미하다는 것이 DX 부문 직원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DS vs DX, 실적 양극화가 부른 '보상 갈등'의 실체
이번 사태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의 2026년 1분기 기형적인 실적 구조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이 주도하는 시장 환경에서 부문 간 실적 양극화는 전례 없는 수준으로 벌어졌다.
최근 발표된 삼성전자의 2026년 1분기 실적에 따르면, 전체 영업이익 57조 2,328억 원 가운데 약 53조 7,000억 원이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DS 부문에서 발생했다.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 폭발과 범용 D램 가격 급등이 맞물린 결과다. 반면 스마트폰, 가전, TV, 네트워크사업부 등이 속한 DX 부문의 영업이익은 3조 원 수준에 그쳤다. 전체 영업이익의 약 94%를 반도체가 홀로 책임진 셈이다.
| 사업 부문 | 영업이익 추정치 | 전체 대비 비중 | 주요 원인 |
|---|---|---|---|
| DS 부문 (반도체) | 약 53.7 | 93.8% | HBM 수요 폭발, D램 판가 90% 이상 급등 |
| DX 부문 (스마트폰·가전 등) | 약 3.0 | 5.2% | 부품 원가 상승, 물류비 급등, 글로벌 수요 침체 |
| 전체 합계 | 약 57.2 | 100% | 반도체 쏠림 현상 심화 |
이러한 극단적인 실적 불균형은 글로벌 거시경제 환경과 직결되어 있다. 메모리 판가 인상은 DS 부문의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었지만, 완제품 판매 비중이 높은 DX 부문에는 치명적인 원가 부담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거시 경제 지표의 변동성도 DX 부문을 옥죄고 있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1,473.3원까지 치솟으며 수입 원자재 가격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한, WTI유가 배럴당 102.39달러(+0.5%)를 기록하는 등 에너지 가격 상승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해상 운임 급등이 겹치며 가전 사업부의 수익성은 벼랑 끝에 몰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