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현금 8억 있어? 얼어붙었던 서울 아파트 매물, 경매 시장으로 몰리나?
"여보, 우리 가용 현금 8억 원 정도 되지? 이번 유찰 물건은 무조건 잡아야 해."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법정 앞은 이른 아침부터 실수요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일반 매매 시장의 관망세가 짙어지고 호가와 실거래가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시세보다 10~20% 저렴하게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예비 응찰자들이 대거 법원으로 발걸음을 돌린 것이다. 고금리 장기화로 이자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쏟아져 나온 이른바 '영끌족'의 매물이 경매 시장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최근 법원경매 정보업체 데이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률이 전주 대비 11.6%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수주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규제 여파로 일반 매매 시장의 거래량이 급감한 사이, 경매 시장이 새로운 주거 사다리이자 대안으로 떠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1~2회 유찰을 거치며 감정가 대비 가격 이점이 확실해진 물건들에 수십 명의 입찰자가 몰리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낙찰률 11.6%p 상승…현재 서울 아파트 가격 바닥 찍었나?
수치로 보면 시장의 온도 변화는 더욱 명확하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 역시 동반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예비 청약자와 실수요자들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신축 아파트의 분양가가 치솟자, 차라리 입지가 검증된 기축 아파트를 경매로 낙찰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 강남권 주요 단지의 낙찰 사례는 이러한 심리를 방증한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대규모 주거단지의 전용 84㎡는 유찰된 후 감정가의 92% 수준인 약 21억 5천만 원대에 새 주인을 찾았다. 우수 학군과 지하철역세권이라는 입지적 장점 덕분에 다수의 입찰자가 입찰표를 적어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일대를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반면, 외곽 지역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일대나 금관구(금천·관악·구로)의 구축 아파트는 여전히 새 주인을 찾지 못해 두 차례 이상 유찰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한 구축 단지는 감정가 대비 60% 중반대까지 가격이 떨어졌음에도 응찰자가 없어 유찰되는 사례가 있다. 서울 내에서도 철저한 양극화 장세가 펼쳐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경매의 본질인 '안전 마진' 확보 측면에서, 입지와 환금성에 따른 수요자들의 옥석 가리기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로워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