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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91달러 돌파, 미국-이란 긴장이 부른 한미 증시 디커플링
송
송민재
경제 담당 편집기자
·4분·548단어
유가환율코스피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감이 글로벌 자본시장의 극심한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서부텍사스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2.8% 급등한 91.45달러를 기록했다. 중동의 화약고가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에너지 시장을 강타한 결과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반응은 철저히 국적과 산업에 따라 갈렸다. 뉴욕 증시는 지정학적 위기를 방어해 냈지만, 신흥국 증시는 직격탄을 맞았다.
돈의 흐름은 명확하다. 분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미국 내 에너지 기업과 대형 방산업체들로 기관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엑슨모빌과 록히드마틴 등 전통적인 방어주들은 시장 수익률을 상회하는 흐름을 보였다. 반면, 지정학적 불안감이 극도로 치솟을 때 급등하던 금 가격은 4,500달러대에서 소폭 조정을 받았다. 이는 극단적인 전쟁 공포보다는 고유가 장기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고착화에 시장이 베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시장이 지정학적 위기를 흡수하는 동안, 한국 시장은 구조적 취약성을 그대로 노출했다. 원·달러 환율은 1,498원대까지 치솟으며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유로·원 환율이 1,737원대, 엔·원 환율(100엔당)이 943원대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도 달러의 독주가 매섭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 경제에서 유가 90달러 돌파와 환율 1,500원 위협은 상장사들의 이익 훼손(EPS 하락)으로 직결된다. 수입 물가 상승이 무역수지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코스피 지수는 0.8% 하락한 5,596.41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대형 수출주에 집중됐다. 반면 코스닥 지수는 0.4% 오른 1,161.23을 기록하며 상대적인 선방을 보였으나, 이는 펀더멘털 개선보다는 개인 투자자들의 단기 테마주 수급 쏠림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사태를 단순히 이란과 미국의 양자 대결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과거 2020년 솔레이마니 암살 사태나 2024년 홍해 물류 대란 당시와 비교할 때, 현재의 거시경제 환경은 훨씬 복잡하다.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이해관계자는 글로벌 해운업계와 유럽 및 아시아의 제조업 기반 국가들이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군사적 긴장은 글로벌 해상 운임 지수 상승을 촉발하고, 이는 시차를 두고 각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반영된다.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물가 상승 압력과 경기 침체 방어, 그리고 환율 방어라는 삼중고에 처하게 됐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시장 상황은 '강달러·고유가'라는 새로운 체제의 고착화를 의미한다. 미국-이란 간의 전면적인 전쟁 가능성은 낮더라도, 산발적인 무력 충돌과 협상 결렬 뉴스가 반복되는 한 신흥국 자본 유출은 불가피하다. 한국 투자자 관점에서는 막연히 낙폭 과대에 따른 반등을 기대하기보다, 달러 현금 비중을 유지하며 에너지 가격 변동에 둔감한 내수 방어주나 환율 상승의 수혜를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고부가가치 수출 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시장의 향방을 가를 단기 추적 지표는 명확하다. WTI의 95달러 안착 여부와 원·달러 환율의 1,500원 돌파 여부다. 이 두 가지 수치가 꺾이지 않는 한, 글로벌 자금의 '미국 쏠림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