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사상 최대 규모인 45조 원대 성과급을 사측에 요구했다. 이는 회사의 한 해 연구개발(R&D) 총예산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12일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노조는 역대급 영업이익을 근거로 이 같은 청구서를 내밀었으나, 사측은 고환율에 따른 착시 현상과 미래 생존을 위한 투자 재원 확보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요구액 45조 원의 배경에는 2026년 현재 고공행진 중인 거시경제 지표가 자리 잡고 있다. 12일 오전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82.5원을 기록 중이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수출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는 달러 결제 대금을 원화로 환산할 때 막대한 환차익을 얻는다. 노조는 이렇게 장부상 기록된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초과이익성과급(OPI) 한도를 대폭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회사가 벌어들인 만큼 노동자에게 정당한 몫을 분배하라는 논리다.
반면 경영진의 셈법은 완전히 다르다. 장부상 이익이 늘었더라도,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시설투자(Capex)와 R&D 비용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6년 기준 삼성전자의 연간 R&D 예상 투자액은 약 30조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노조의 요구액은 회사의 미래 기술력을 책임질 1년 치 연구개발비를 1.5배 이상 웃도는 규모다. 경영진은 환율 효과로 부풀려진 이익을 현금으로 유출할 경우, 다가올 반도체 다운사이클에서 치명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삼성 노조 파업 현실화될까? 좁혀지지 않는 협상 테이블?
양측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 삼성 노조 협상은 초반부터 극심한 난항을 겪고 있다. 노조 집행부는 사측이 전향적인 분배 안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합법적인 쟁의행위에 돌입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만약 삼성 노조 파업이 실제 셧다운으로 이어진다면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24시간 멈추지 않고 가동되어야 하는 반도체 웨이퍼 라인의 특성상, 단 며칠의 조업 중단만으로도 수조 원대의 매몰 비용과 수율 하락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만 내부 직원들의 여론은 단일하지 않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 등에서는 노조의 45조 원 요구를 두고 격렬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측을 압박하고 협상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형적인 '앵커링(Anchoring)' 전략이라며 지지하지만, 현실성이 결여된 무리한 수치라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된다. 특히 저연차 연구원들을 중심으로 "당장의 성과급 잔치 때문에 투자가 지연되어 대만 TSMC 등 경쟁사에 밀리면, 결국 장기적인 성과급 파이 자체가 줄어든다"는 냉소적인 반응도 감지된다.
이러한 내부 이견은 성과급 산정 방식인 경제적부가가치(EVA)의 구조적 한계에서 기인한다. EVA는 영업이익에서 법인세와 자본비용을 차감한 순수 창출 가치를 뜻한다. 최근 글로벌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기업의 자본비용(WACC) 산정 기준이 높아졌고, 이는 곧 장부상 영업이익이 높아도 실제 성과급 재원인 EVA는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사측은 이 수식을 근거로 방어에 나서고 있으나, 노조는 산정 방식 자체가 불투명하다며 전면 개편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