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도심에 대규모 신축 아파트가 들어설 때마다 주변 상가에는 수십 개의 공인중개사무소가 동시에 간판을 단다. 겉보기에는 치열한 자율 경쟁 시장 같지만, 그 이면에는 철저히 통제된 '그들만의 리그'가 존재한다. 이른바 지역 중개업소 친목회로 불리는 카르텔이다. 신규 진입을 원하는 중개사에게 수천만 원의 가입비를 요구하고, 이를 거부하면 매물 공유망에서 철저히 배제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폐쇄적인 네트워크는 결국 아파트 시세 조작과 중개보수 담합으로 이어져 고스란히 실수요자의 청구서로 돌아온다. 최근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수도권 주요 선호 단지 인근에서 최대 5000만 원에 달하는 권리금 명목의 친목회 가입비가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성준 부동산 카르텔 논란, 왜 지금 다시 쟁점인가?
과거부터 존재했던 중개업소 친목회 문제가 2026년 현재 유독 날카로운 화두로 떠오른 데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부동산 시장의 극심한 양극화 때문이다. 코스피가 5,858.87을 돌파하며 자산 시장 상단에 막대한 유동성이 돌고 있지만, 이 자금은 철저히 '똘똘한 한 채'가 있는 서울과 수도권 핵심지로만 쏠리고 있다.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에서는 매물 자체가 권력이다. 최근 정치권에서도 이러한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른바 '진성준 부동산 카르텔'로 검색되는 일련의 논의들은, 일부 중개업자들이 지역 내 매물을 독점하고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짬짜미를 하는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들은 네이버 부동산 등 공개 플랫폼에 매물을 올리는 대신, 자신들만 접근할 수 있는 사설 인트라넷을 통해 거래를 통제한다.
숫자로 보는 폐쇄적 중개 시장의 민낯
현장에서 체감하는 카르텔의 진입 장벽은 상상 이상이다. 수도권 주요 재건축·재개발 구역 인근의 데이터를 종합해 보면 이들의 영향력이 얼마나 거대한지 알 수 있다.
- 가입비(회비) 규모: 서울 강남권 및 주요 신축 대단지 인근 친목회 가입비는 평균 3,000만 원에서 최대 5,000만 원 수준이다.
- 매물 장악력: 특정 지역 내 우량 매물(로열동·로열층)의 약 80% 이상이 친목회 소속 업소들 사이에서만 우선 공유된다.
- 비회원 거래 성사율: 친목회에 가입하지 않은 이른바 '비회원(왕따) 중개소'가 지역 내 매물을 공동 중개할 확률은 10% 미만으로 추정된다.
대형 건설사가 시공한 서울 서초구의 한 재건축 단지(총 2,990가구, 일반분양 600가구, 강남역 도보 5분 입지) 인근 상가에서는, 전용 84㎡ 매물을 찾는 대기 수요가 넘쳐남에도 불구하고 친목회 비회원 중개소에는 단 한 건의 매물도 공유되지 않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용 84㎡ 기준 3.3㎡당 1억 원을 호가하는 초고가 시장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은 곧바로 수천만 원의 금전적 피해로 직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