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24만 건 돌파, 3년 연속 반등의 실체

혼인 24만 건 돌파, 3년 연속 반등의 실체

변현선

사회·정치 담당 편집기자

·수정 22분 전·3·689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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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 24만 건 돌파, 3년 연속 반등의 실체

통계청(국가데이터처)이 2026년 2월 25일 발표한 '2025년 12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가 24만 370건을 기록했다. 2018년 이후 7년 만의 최다치이며, 3년 연속 증가세다. 2024년(22만 2,000건) 대비 약 8% 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미뤄졌던 결혼이 분출되는 '보복 결혼' 효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2015년 30만 2,828건과 비교하면 여전히 20% 이상 낮은 수준이다.

'누나 결혼해줘', 연상연하 커플이 역대 최고인 이유는?

혼인 건수보다 눈에 띄는 것은 유형의 변화다. 2024년 초혼 부부 중 아내가 남편보다 나이가 많은 비율이 19.9%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건수로는 3만 5,600건, 전년 대비 22.8% 증가했다. 1990년 8.8%에서 2024년 19.9%로, 34년 만에 2.3배 늘어난 셈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아내가 1~2세 연상인 경우가 2만 4,000건으로 가장 많고, 3~5세 연상이 9,000건 이상이다. 남편이 연상인 부부는 전체의 63.5%(11만 3,400건), 동갑 부부는 16.7%(2만 9,800건)다.

배경에는 여성의 경제적 독립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 비율은 전체 유배우 가구의 46%에 달한다. 부부 모두 소득이 있는 구조에서 '남자가 나이가 많아야 한다'는 통념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 결혼정보업체 자료를 보면 여성 회원의 52%가 "동갑 또는 연하 남성도 무관하다"고 응답하고, 남성 측에서도 "연상 여성에 거부감이 없다"는 응답이 40%를 넘었다.

초혼 연령 역대 최고, 결혼은 왜 점점 늦어지나?

2024년 기준 남성 초혼 평균 연령은 33.9세, 여성은 31.6세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만 남성 초혼 연령은 전년 대비 0.1세 하락해 상승세가 둔화되는 조짐도 보인다.

결혼이 늦어지는 핵심 원인은 주거비와 양육비 부담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가 5억 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신혼부부가 독립 주거를 마련하는 것 자체가 진입 장벽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신혼부부 전세대출 한도가 3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최소 2억 원 이상의 자기자본이 필요하다. 결혼정보업체들의 조사를 종합하면 서울 기준 평균 결혼 비용은 약 3,200만 원(예식, 예물, 신혼여행 포함, 주거비 제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추정에 따르면 자녀 1인당 대학 졸업까지 평균 양육비는 약 3억 원에 달한다. 사교육비만 초등학생 기준 월 평균 약 52만 원이다. 이 숫자를 체감하는 20~30대 사이에서 결혼과 출산을 분리해 사고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출산율도 반등했다, 진짜인가?

혼인 반등과 함께 출산도 늘었다. 2025년 출생아 수는 25만 4,500명으로 전년 대비 6.8% 증가했다. 합계출산율은 0.80명으로, 2021년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30대 후반 출산율이 11.8% 급증한 것이 눈에 띈다.

고무적인 숫자이지만, 구조적 반등이라고 보기에는 이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신혼부부의 약 30%가 "자녀를 갖지 않겠다"고 답했다. 2018년 같은 조사에서 이 비율은 15%였다. 7년 사이에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이유를 물으면 경제적 부담(54%)이 가장 많고, "자유로운 생활을 유지하고 싶다"(28%), "양육 환경이 불안하다"(12%)가 뒤를 잇는다.

혼인 후 1년 이내 첫 자녀를 출산하는 비율도 2015년 약 45%에서 2024년 약 32%로 떨어졌다. 결혼하더라도 출산을 서두르지 않는 경향이 뚜렷하다. 딩크(DINK, Double Income No Kids) 가구가 선택이 아닌 보편적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정부 결혼 장려 정책, 효과가 있었나?

정부는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을 연 5만 호로 확대하고, 혼인 신고 시 세액공제 100만 원을 제공하는 등 결혼 장려 정책을 강화해왔다. 혼인 건수 반등에 이 정책들이 일정 부분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세액공제 100만 원은 서울 평균 결혼 비용(약 3,200만 원)의 3%에 불과하다. 주거비를 합산하면 결혼에 필요한 총 자금은 2억~3억 원에 달하는데, 100만 원 공제의 체감 효과는 미미하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경쟁률이 수십 대 1에 달해 실질 혜택을 받는 비율이 제한적이다.

인구정책 전문가들은 "일시적 인센티브로는 구조적 저출산을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을 일관되게 지적한다. 프랑스가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것은 세액공제가 아니라, 공공 보육 시설 확충과 육아 휴직 소득대체율 인상 같은 장기 인프라 투자의 결과였다. 스웨덴과 노르웨이도 부모 보험(parental insurance) 제도를 통해 육아 기간 소득의 80%를 보전해주면서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육아휴직 급여는 2025년 1월부터 월 최대 250만 원으로 인상됐지만, 서울 맞벌이 가구의 소득 감소분을 메우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의 방향이 '결혼 장려'에서 '양육 인프라 강화'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24만 건 이후, 2027년에도 반등이 이어질까?

24만 건은 반가운 숫자다. 출산율 0.80명도 바닥에서의 반등 신호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구조적 역풍이 여전하다. 혼인 적령기 인구(25~39세)가 매년 줄고 있고, 비혼 선호는 증가하고 있으며, 주거비 부담은 완화되지 않고 있다.

인구학자들 사이에서는 2025~2026년의 반등이 팬데믹 이연 수요의 분출이며, 2027년 이후 다시 하락 추세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세대별로도 온도 차가 있다. 20대 후반~30대 초반에서 연상연하 커플 비율이 25%에 육박하는 반면, 30대 후반~40대 초반에서는 15% 수준에 머무른다. 젊은 세대일수록 연령 차이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자유롭고, 맞벌이 구조를 전제로 결혼을 설계하고 있다.

이혼 건수는 오히려 줄었다. 2024년 이혼 건수는 9만 1,000건으로 전년 대비 1.3% 감소했다. 결혼은 늘고 이혼은 줄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장기 추세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데이터가 부족하다.

보복 결혼의 이연 수요가 소진된 뒤에도 혼인 건수가 20만 건 이상을 유지한다면, 그때 비로소 '구조적 반등'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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