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순익 18조 돌파, 이자장사의 끝은 어디인가

4대 금융지주 순익 18조 돌파, 이자장사의 끝은 어디인가

송민재

경제 담당 편집기자

·수정 5분 전·3·721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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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지주 순익 18조 돌파, 이자장사의 끝은 어디인가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4대 금융지주의 2025년 합산 순이익이 18조 3,592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16조 5,268억 원) 대비 11.1% 증가한 역대 최대 실적이다. KB금융이 5조 6,951억 원으로 선두, 신한금융 5조 1,775억 원, 하나금융 4조 987억 원, 우리금융 3조 3,879억 원 순이다. KB금융은 전년 대비 13.25% 성장하며 업계 1위를 굳혔다.

국내 은행 전체로 보면 2025년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21조 1,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연간으로는 2024년(22.2~22.4조 원)을 넘어 25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 전체 이자이익은 3년째 약 59조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2022년 55.9조, 2023년 59.2조, 2024년 59.3조 원이다. '60조 돌파'보다는 '3년째 고공 행진'이 정확한 표현이다.

기준금리는 내렸는데, 대출 금리는 왜 올랐나?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이 여기다. 한국은행이 2024년 10월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은행 대출금리는 오히려 올랐다.

머니투데이 분석에 따르면 대출금리는 2024년 3월 4.32%에서 2025년 3월 4.45%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조달금리는 3.71%에서 2.91%로 하락했다. 기준금리 인하분이 대출 금리에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비밀은 우대금리에 있다.

은행들이 가감조정금리(우대금리)를 2024년 3월 2.41%에서 2025년 3월 1.06%로 대폭 축소했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서 조달 비용은 줄었지만, 우대금리를 같이 깎아 대출 금리를 높게 유지한 셈이다. 이자이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조적 장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5대 은행 예대금리차는 2025년 11월 기준 평균 1.35%포인트다. 하나 1.46%p, NH농협 1.40%p, 신한 1.38%p, KB국민 1.29%p, 우리 1.22%p 순이다. 9월부터 3개월 연속 축소 추세이긴 하지만, 소비자 체감과는 거리가 있다. 은행 선택에 따라 같은 조건에서도 금리가 0.2%포인트 이상 벌어지는데, 대출 차주 대부분이 이를 비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금융소비자원의 지적이다.

은행법 개정안 통과, 무엇이 달라지나?

2025년 12월 13일,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핵심은 은행의 가산금리 산정 기준을 법으로 규제한다는 것이다.

지급준비금, 예금보험료,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은 가산금리에서 완전 제외된다.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출연금은 50% 이내로만 반영 가능하다. 공포 후 6개월 뒤인 2026년 중반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은행 측은 반발하고 있다. 4대 은행 기준 연 2조 원 이상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며, 대출 문턱이 높아지거나 수수료가 인상되는 풍선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원장은 "삼성전자처럼 혁신이 있었느냐"며 은행의 이자 의존 수익 구조를 직접 비판한 바 있다.

주주환원 50% 시대, 주가는 어디까지 갔나?

사상 최대 실적에 힘입어 주주환원이 급격히 확대됐다. KB금융의 총주주환원율은 52.4%에 달했다. 신한금융은 50.87%로 2027년 목표를 2년 앞당겨 달성했다. 하나금융은 47.8%(전년 38% 대비 10%p 상승), 우리금융은 2025년 4분기부터 3년간 비과세 배당을 실시한다.

금융주 주가도 이를 반영했다. KB금융 주가는 2024년 초 대비 60% 이상 상승했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5배에 못 미치던 한국 은행주가 0.6~0.7배 수준으로 올라서면서,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주가 됐다.

하지만 이 수익이 누구에게서 왔는지를 따지면 시각이 달라진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음식·숙박업 자영업자의 연체율이 가파르게 올라가면서,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계층과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은행 사이의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은행이 지급준비금, 예금보험료 같은 자체 비용을 대출자에게 떠넘기는 관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시민단체들은 "서민 이자 부담으로 쌓은 이익을 주주에게만 돌려주는 구조가 적절하냐"고 비판한다. 가계대출 차주 입장에서 기준금리 인하의 혜택은 예금 금리 하락으로만 체감되고, 대출 금리는 그대로이니 체감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생산포용금융 508조, 이자장사에서 벗어날 수 있나?

5대 금융지주가 향후 5년간 총 508조 원을 생산포용금융에 투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이자 영업에서 벗어나, 첨단전략산업과 유망 성장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이 각각 110조 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교육세도 인상됐다. 금융·보험업 교육세는 수익금액 1조 원 초과 구간 세율이 0.5%에서 1.0%로 올랐다. 은행의 사회적 비용 분담을 강화하려는 정책 기조가 뚜렷하다. 주택담보대출 총액 6억 원 한도도 신규 도입되면서, 은행의 가계대출 성장에도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수익 구조의 실질적 전환에는 시간이 걸린다. 4대 은행 모두 전체 영업수익에서 이자이익 비중이 80%를 넘는다. 비이자이익 — 수수료, 유가증권, 외환 거래 등 — 은 2025년 3분기 누적 6조 8,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5% 늘었지만, 이자이익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2026년, 이자이익은 5년 만에 줄어들까?

하나금융 리서치센터의 2026년 은행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이자수익은 101조 4,737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이후 5년 만의 감소다.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본격화되면 예대마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금리가 0.25%포인트 하락할 때마다 4대 은행 합산 이자이익은 연간 약 1조~1조 5,000억 원 감소하는 것으로 업계에서 추정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자이익 의존도 80%는 한국 은행의 구조적 취약점"이라며 "금리 하락기에는 실적이 급격히 꺾일 수 있고, 그때 밸류업 프리미엄도 함께 빠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비교가 이 취약점을 더 뚜렷하게 보여준다. JP모건의 경우 2024년 비이자이익이 전체 매출의 약 45%를 차지했다.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는 비이자이익 비중이 70%를 넘는다. 한국 은행들이 IB 업무, 자산관리(WM), 글로벌 사업 확대를 수년째 공언해왔지만, 수치상으로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실제로 2019년 기준금리 인하기에 4대 은행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약 8% 감소한 바 있다. 당시보다 이자이익 의존도가 더 높아진 현재, 금리 하락의 충격은 더 클 수 있다. 은행법 개정에 생산포용금융 전환, 교육세 인상까지 — 한국 은행업은 이자장사의 끝을 준비해야 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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