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코인 거래소 은행 수준 감독 선언 — 디지털자산기본법 준비 착수

금감원, 코인 거래소 은행 수준 감독 선언 — 디지털자산기본법 준비 착수

송민재

경제 담당 편집기자

·3·660단어
금감원가상자산디지털자산기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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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코인 거래소, 은행처럼 감독하겠다" — 디지털자산기본법 준비 착수

금융감독원이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해 제도권 금융 수준의 감독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찬진 금감원장이 여의도 본원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것으로, 현재 약 1,100만 명이 가상자산을 이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직접적 계기는 빗썸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다. 실제 보유량 4.6만 BTC의 13~14배인 약 62만 BTC가 오지급된 사건으로, 거래소 내부통제의 심각한 허점이 드러났다.

어떤 규제가 새로 생기나?

금감원은 '디지털자산기본법 도입 준비반'을 신설했다. 가상자산 발행·거래 관련 공시서식과 절차를 마련하고, 디지털자산업자 및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에 대한 인가심사 매뉴얼을 제작한다. 거래소의 거래 수수료 구분 관리와 공시도 세분화된다.

불공정 거래 기획조사도 본격화된다. 조사 대상은 세 가지다.

첫째, 가두리·경주마 등 가상자산 특성을 이용한 시세조종이다. 가두리는 특정 코인의 유통물량을 소수가 장악한 뒤 가격을 조작하는 수법이고, 경주마는 사전에 급등 코인 정보를 공유해 선매수하는 형태다. 둘째, 시장가 API 주문을 활용한 시세조종. 자동 매매 프로그램을 이용해 순간적으로 대량 주문을 넣어 가격을 움직이는 방식이다. 셋째, SNS를 통한 허위사실 유포 부정거래다. 텔레그램·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이 코인 곧 상장"이라며 투자를 유인하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감시 기술도 고도화된다. 이상 급등 가상자산을 초·분 단위로 자동 분석하는 기능을 개발하고, AI 기반 텍스트 분석도 도입할 예정이다. SNS와 커뮤니티의 허위 정보를 실시간으로 탐지하겠다는 것이다.

거래소 구조 자체가 바뀔 수 있나?

가장 주목할 부분은 거래소 구조 개편 검토다. 현재 한국의 가상자산 거래소는 중개·보관·결제를 모두 수행하는 '올인원' 구조다. 금감원장은 "현재 수탁재산의 80%만 분리 보관되고, 20%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EU의 MiCA(Markets in Crypto-Assets) 규정을 참고해 독립 수탁기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거래소가 고객 자산을 직접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수탁 기관이 관리하는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외부 기관의 정기적 자산 점검 의무화도 추진된다.

가상자산 사업자에 금융회사 수준의 내부통제 의무가 부과된다. 이사회 구성, 준법감시인 선임, 내부 감사 절차 등 은행에 요구되는 것과 유사한 수준의 거버넌스를 갖춰야 한다. IT 사고에는 징벌적 과징금 적용도 검토되고 있다. 빗썸 오지급 사태 같은 시스템 장애에 대해 실질적인 제재 수단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1,100만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거래소 운영 비용이 올라갈 수 있다. 내부통제 강화, 수탁 구조 분리, 공시 의무 확대 등은 모두 비용을 수반한다. 소규모 거래소는 규제 준수 부담을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약 30개에 달하는 국내 거래소가 규제 강화 이후 10개 미만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장기적으로는 투자자 보호가 강화된다. 고객 자산 분리 보관이 철저해지고, 시세조종에 대한 감시가 정교해지면 시장 신뢰도가 올라간다. 제도권 금융과 동일한 수준의 감독을 받는다는 것은, 역으로 가상자산이 제도권 금융 상품과 동등한 지위를 인정받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가상자산 과세도 연관된 이슈다. 현재 가상자산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는 수차례 유예돼왔는데, 감독 체계가 갖춰지면 과세 인프라도 동시에 정비될 가능성이 높다. 거래소의 거래 내역 보고 의무가 강화되면, 과세당국이 과세 자료를 확보하기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의 2단계 입법이 완료되면 스테이블코인 발행, 가상자산 ETF, 기관 투자자 참여 등 그동안 불가능했던 영역이 열릴 수 있다. 다만 입법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구체적인 법안 내용은 준비반의 논의를 거쳐야 한다.

글로벌 규제 흐름과 비교하면?

한국의 가상자산 규제는 글로벌 흐름에서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EU는 2023년 MiCA를 시행하며 가상자산에 대한 포괄적 규제 프레임워크를 이미 갖추었다. 미국은 SEC와 CFTC의 관할권 다툼 속에서도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다. 일본은 2017년부터 거래소 등록제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은 이제야 '은행 수준 감독'이라는 방향을 잡은 단계다. 1,100만 명이 이용하는 시장 규모에 비해 규제 인프라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금감원의 이번 선언이 실제 법제화와 시행으로 이어지려면 국회의 디지털자산기본법 통과가 전제되어야 한다. 일정이 지연될수록 글로벌 가상자산 허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

빗썸 사태, 감독 강화의 직접적 계기

금감원이 이 시점에 감독 강화를 선언한 직접적 배경은 빗썸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다. 시스템 오류로 실제 보유량의 13~14배에 달하는 비트코인이 고객에게 잘못 지급됐다. 거래소의 자산 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금감원은 빗썸에 대해 현장 검사를 전격 실시했다. 검사 과정에서 내부통제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이 추가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이 없었다면 "은행 수준 감독"이라는 강한 톤의 선언이 이 시점에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규제 강화가 단기적으로는 부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제도적 신뢰를 높여 기관 투자자 유입과 가상자산 ETF 도입의 전제 조건이 된다고 본다. 규제 없는 시장에서는 기관 자금이 들어올 수 없고, 기관 자금 없이는 시장이 성숙할 수 없다는 논리다.

다만 과도한 규제가 혁신을 억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한국의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규제를 피해 싱가포르나 두바이로 떠나는 현상이 이미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 보호와 산업 육성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가 디지털자산기본법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1,100만 명의 투자자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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