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코인 거래소, 은행처럼 감독하겠다" — 디지털자산기본법 준비 착수
금융감독원이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해 제도권 금융 수준의 감독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찬진 금감원장이 여의도 본원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것으로, 현재 약 1,100만 명이 가상자산을 이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직접적 계기는 빗썸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다. 실제 보유량 4.6만 BTC의 13~14배인 약 62만 BTC가 오지급된 사건으로, 거래소 내부통제의 심각한 허점이 드러났다.
어떤 규제가 새로 생기나?
금감원은 '디지털자산기본법 도입 준비반'을 신설했다. 가상자산 발행·거래 관련 공시서식과 절차를 마련하고, 디지털자산업자 및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에 대한 인가심사 매뉴얼을 제작한다. 거래소의 거래 수수료 구분 관리와 공시도 세분화된다.
불공정 거래 기획조사도 본격화된다. 조사 대상은 세 가지다.
첫째, 가두리·경주마 등 가상자산 특성을 이용한 시세조종이다. 가두리는 특정 코인의 유통물량을 소수가 장악한 뒤 가격을 조작하는 수법이고, 경주마는 사전에 급등 코인 정보를 공유해 선매수하는 형태다. 둘째, 시장가 API 주문을 활용한 시세조종. 자동 매매 프로그램을 이용해 순간적으로 대량 주문을 넣어 가격을 움직이는 방식이다. 셋째, SNS를 통한 허위사실 유포 부정거래다. 텔레그램·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이 코인 곧 상장"이라며 투자를 유인하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감시 기술도 고도화된다. 이상 급등 가상자산을 초·분 단위로 자동 분석하는 기능을 개발하고, AI 기반 텍스트 분석도 도입할 예정이다. SNS와 커뮤니티의 허위 정보를 실시간으로 탐지하겠다는 것이다.
거래소 구조 자체가 바뀔 수 있나?
가장 주목할 부분은 거래소 구조 개편 검토다. 현재 한국의 가상자산 거래소는 중개·보관·결제를 모두 수행하는 '올인원' 구조다. 금감원장은 "현재 수탁재산의 80%만 분리 보관되고, 20%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EU의 MiCA(Markets in Crypto-Assets) 규정을 참고해 독립 수탁기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거래소가 고객 자산을 직접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수탁 기관이 관리하는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외부 기관의 정기적 자산 점검 의무화도 추진된다.
가상자산 사업자에 금융회사 수준의 내부통제 의무가 부과된다. 이사회 구성, 준법감시인 선임, 내부 감사 절차 등 은행에 요구되는 것과 유사한 수준의 거버넌스를 갖춰야 한다. IT 사고에는 징벌적 과징금 적용도 검토되고 있다. 빗썸 오지급 사태 같은 시스템 장애에 대해 실질적인 제재 수단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