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시장의 정책 변동성이 극대화되고 있다. 지자체장의 성향에 따라 정비사업의 인허가 속도와 기부채납 비율 등 핵심 조건이 뒤바뀔 수 있는 시기다. 이 가운데 주요 정비사업장에서는 비전문가인 조합원들이 주도하던 기존 방식을 버리고, 대형 시공사 출신의 은퇴 임원이나 실무진을 조합의 핵심 인력으로 영입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수도권 주요 사업장 곳곳에서 이른바 '건설사 출신 모시기' 경쟁이 벌어지는 추세다.
서울 재건축 단지, 왜 지금 시공사 출신을 찾나?
부동산 정비사업 시장의 일반적인 인식은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으로 인해 재건축 추진 동력이 크게 상실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제유가 상승과 원자재 수입 물가 상승으로 시공사들은 조합에 3.3㎡당 1,000만 원 이상의 공사비를 요구하는 것이 기본값이 되었다. 이에 따라 많은 사업장이 시공사 선정을 미루거나 사업을 잠정 중단하는 '관망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시장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트렌드가 감지된다. 사업성이 우수한 핵심 입지의 조합들은 단순히 사업을 멈추는 대신, 시공사와의 정보 비대칭성을 극복하기 위해 공격적인 인적 쇄신에 나서고 있다. 조합 내부에 시공사의 원가 구조와 하도급 체계를 꿰뚫고 있는 전문가를 배치함으로써, 시공사가 제시하는 증액 요구안의 허점을 짚어내려는 전략이다.
이러한 반론적 움직임은 구체적인 데이터로 확인된다. 건설사 출신을 자문위원이나 조합 임원으로 영입한 사업장의 경우, 설계 변경이나 마감재 조정 과정에서 불필요한 비용을 덜어내 초기 청구된 공사비 증액분의 약 15~20%를 삭감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사업 지연으로 인한 금융비용 증가를 막기 위해 '내부자'를 고용해 협상 기간을 단축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분당 재건축 단지 등 1기 신도시의 공사비 협상 전략은?
이러한 현상은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이 본격화된 1기 신도시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선도지구로 지정된 단지들은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용적률 인센티브나 공공기여 비율 등 도시계획의 세부 지침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안고 있다. 지자체장이 교체될 경우 인허가 절차가 원점에서 재검토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 출신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두 가지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첫째는 시공사와의 도급계약서 독소조항 제거다. 물가 상승률 반영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지에 대한 치열한 협상에서 조합 측의 논리를 개발한다. 둘째는 인허가 관청과의 조율이다. 현직 단체장의 임기 내에 각종 심의를 통과시키기 위해, 행정청이 요구하는 공공기여 방안을 시공사의 설계에 신속히 반영해 속도전을 펼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