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한복판, 대한민국 재건축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압구정 아파트 지구에서 전례 없는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단순한 홍보 경쟁을 넘어 형사 사건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현대건설이 압구정 5구역 재건축 시공권 수주 과정에서 불거진 경쟁사의 '불법 도촬(몰래카메라 촬영)' 의혹에 대해 강력한 법적 대응의 칼을 빼들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개별 건설사 간의 감정싸움이 아니다. 천문학적인 사업비가 걸린 압구정 재건축 시장의 과열된 단면이자, 원자재 가격 급등과 건설 경기 침체 속에서 '확실한 랜드마크'를 확보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대형 건설사들의 절박함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하이엔드 주거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압구정 5구역 시공사 선정 과정의 이면과 이것이 향후 부동산 시장에 미칠 파장을 분석한다.
압구정 재건축 5구역, 왜 '도촬 논란'까지 번졌나?
최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압구정 5구역 재건축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 활동 과정에서 경쟁사 측 관계자가 자사 직원과 조합원의 만남을 불법적으로 촬영했다며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관련 도촬 논란 관련 보도에 따르면, 경쟁사 측은 불법 홍보 활동을 감시하기 위한 '채증' 목적이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현대건설 측은 명백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및 개인정보 침해라며 강경한 입장이다.
이러한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은 압구정 5구역이 지닌 상징성 때문이다. 압구정 5구역은 한양 1·2차 아파트를 통합 재건축하는 사업으로, 한강변과 직접 맞닿아 있어 압구정 내에서도 최상의 입지로 평가받는다. 기존 1,232가구를 헐고 초고층 하이엔드 단지로 탈바꿈하는 이 사업은, 시공사로 선정되는 즉시 대한민국 최고급 주거 브랜드를 완성했다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특히 2026년 현재 주택 시장은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겪고 있다. 지방과 수도권 외곽의 미분양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한강변 핵심 입지에 대한 자산가들의 수요는 오히려 집중되고 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큰 지방 사업장 대신, 사업성이 확실하게 보장되고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트로피 에셋(Trophy Asset)'인 압구정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단군 이래 최대 수주전, 압구정 재건축 현황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는 총 6개 구역으로 나뉘어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이 중 2~5구역이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에 참여하며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5구역은 설계자 선정을 마치고 본격적인 시공사 선정 단계에 돌입하면서 대형 건설사들의 물밑 작업이 가장 치열하게 전개되는 곳이다.
현재 압구정 재건축 수주전은 현대건설을 비롯한 국내 시공능력평가 최상위권 건설사들의 각축장이다. 각 건설사는 자사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내세우며, 해외 유명 건축가와의 협업 설계, 스카이브릿지, 가구당 3대 이상의 주차 공간, 프라이빗 인피니티 풀 등 파격적인 조건을 조합 측에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이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과도한 개별 홍보, 금품 및 향응 제공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관할 구청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를 엄단하겠다고 수차례 경고했으나, 수조 원대 매출이 걸린 현장에서 건설사들의 과열 경쟁을 물리적으로 차단하기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번 '도촬 논란' 역시 서로의 불법 행위를 꼬투리 잡아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상호 비방전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치솟는 공사비와 압구정 재건축 분담금, 조합원 부담은?
수주전이 과열될수록 조합원들이 떠안아야 할 잠재적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현실로 닥친 '공사비 쇼크'다. 화려한 설계와 최고급 마감재가 적용될수록 3.3㎡(평)당 공사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거시경제 지표는 건설 원가 상승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2026년 4월 14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82.9원을 기록하며 수입에 의존하는 핵심 건설 자재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WTI유가 배럴당 97.28달러에 거래되는 등 에너지 비용 상승이 시멘트, 철근 등 주요 건자재의 제조 및 물류비용 증가로 직결되고 있다.
실제 하이엔드 재건축 현장의 공사비 추이를 살펴보면 상황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