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멈춰있는 공공기관 차량 5부제, 고유가 시대의 해답일까?

사진: MChe Lee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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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째 멈춰있는 공공기관 차량 5부제, 고유가 시대의 해답일까?

송민재

경제 담당 편집기자

·4·619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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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2.7% 급락한 5,763.22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1,499.1원까지 치솟았고, 서부텍사스산유(WTI)는 배럴당 94.48달러를 기록하며 거시경제 전반에 에너지 수입 물가 비상이 걸렸다. 국가적 비용 절감이 지상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전국 정부청사와 지자체 주차장 입구에서는 20년 전 도입된 아날로그식 규제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끝번호에 따라 출입을 통제하는 차량 5부제다.

물리적 출입 통제로 에너지를 절약하겠다는 발상은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와 2000년대 초반 고유가 사태의 산물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현장에서는 이 제도가 실질적인 유류비 절감이나 탄소 배출 감소로 이어지기보다는 행정적 낭비만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거시경제 지표가 요동치는 현 시점에서, 공공부문의 자산 및 차량 관리 실태는 예산 효율화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공공기관 차량 5부제, 왜 아직도 유지되나?

공공기관이 차량 5부제를 포기하지 못하는 표면적 이유는 '공공부문의 에너지 절약 솔선수범'이다. 하지만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이는 전형적인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y)의 결과다. 제도를 폐지할 경우 제기될 '에너지 낭비 방관'이라는 정치적 비판을 피하기 위해, 실효성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관성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데이터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최근 공공기관 주차장에 진입하는 차량 중 상당 비율이 전기차, 수소차,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차량으로 추정된다. 이들 차량은 관련 법규상 5부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결국 내연기관차를 소유한 일부 직원들만 인근 민간 유료 주차장이나 이면도로에 차를 대고 출근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배럴당 90달러를 웃도는 고유가 충격을 상쇄하기에는 정책의 타깃 자체가 빗나가 있다.

공공기관 차량 임차 vs 구매, 예산 효율의 승자는?

5부제라는 낡은 규제 이면에는 더 큰 예산 구조의 변화가 숨어 있다. 바로 관용차 운용 방식의 전환이다. 과거에는 공공기관 차량 구매가 당연한 수순이었으나, 최근 수년간 공공기관 차량 임차(렌트 및 리스) 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초기 자본 지출(CAPEX)을 줄이고 운영 비용(OPEX)으로 전환하려는 재무적 판단 때문이다. 금리가 오르고 세수가 부족해진 환경에서 수천만 원에 달하는 차량을 직접 구매하는 것은 예산 부서에 큰 부담이다. 기준금리 정책에 연동되는 리스료 부담이 존재하지만, 차량 유지보수, 보험료 관리, 감가상각에 따른 자산 가치 하락 리스크를 민간 금융사나 렌터카 업체에 전가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 초기 비용: 구매 시 대당 3,000만~5,000만 원 일시불 소요. 임차 시 월 50만~80만 원 수준의 평탄화된 현금흐름.
  • 관리 비용: 직접 소유 시 정비 인력 및 행정 비용 발생. 임차 시 정비 서비스 포함으로 행정력 절감.
  • 전환 유연성: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정책적 전환 시 임차 계약 종료 후 신차 교체가 용이.

공공기관 차량 내구연한과 매각의 딜레마

직접 소유한 차량의 경우 '공공기관 차량 내구연한' 규정이 또 다른 비효율을 낳는다. 조달청 기준 등에 따라 통상 승용차는 9년 또는 12만 km 주행을 채워야 교체 대상이 된다. 문제는 내구연한을 억지로 채우기 위해 투입되는 수리비가 차량의 잔존 가치를 초과하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내구연한이 지난 차량을 공매(온비드 등)로 넘길 때, 정비 불량과 노후화로 인해 시장에서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며 "이는 결국 국가 자산의 매각 손실로 이어지며, 데이터 기반의 최적 교체 주기를 산정하는 민간 기업의 플릿(Fleet) 관리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분석했다.

현장 시각과 숨은 리스크

현장의 불만은 누적되어 있다. 한 정부부처의 자산 관리 담당자는 익명을 전제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수입 부품 의존도가 높은 노후 관용차의 수리비가 예산을 갉아먹고 있다"고 토로했다. 물가 상승률이 행정 예산 증가율을 상회하는 현 시점에서 낡은 차량 관리 시스템은 보이지 않는 재정 누수 요인이다.

더 큰 리스크는 인프라 부족이다. 공공기관들이 예산 지침에 따라 관용차를 전기차로 앞다퉈 교체하고 있지만, 정작 청사 내 충전 인프라 확충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5부제에서 면제받은 친환경 관용차들이 충전기를 차지하기 위해 업무 시간에 '충전 난민'이 되는 촌극이 벌어지는 이유다.

향후 모빌리티 운용 패러다임의 변화

향후 공공부문의 모빌리티 운용 패러다임은 강제적 비용 절감 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경제 전반에 걸친 저성장 기조와 세수 결손 우려가 커지면서, 기획재정부 등 예산 당국은 공공기관의 자산 운용 효율성을 엄격하게 잣대질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번호판 끝자리에 의존하는 5부제는 스마트워크와 공유경제 트렌드에 밀려 점진적으로 폐지되거나, 개인별 탄소 배출 할당제 등 데이터 기반의 통제 방식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관용차 시장에서는 단순 구매나 임차를 넘어, 여러 공공기관이 차량을 유휴 시간에 공유하는 B2G(기업-정부 간) 카셰어링 솔루션 도입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를 것이다. 숫자로 증명되지 않는 낡은 규제는 거시경제의 한파 속에서 더 이상 버틸 명분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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